미국 연방 대법원이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지를 금지한 연방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간 보수 우위 구도 속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주로 취해온 연방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대법관 8대 1 의견으로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지 금지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자키 라이미라는 폭력 피고인을 둘러싸고 발생한 분쟁에서 파생됐다.
라히미는 2020년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른 이후 총기 소지 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어기고 총격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2월 제5연방 항소법원은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지 금지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연방 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를 제한한 뉴욕주 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총기 소지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들며 "총기 규제는 역사적 전통과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주별로 총기 규제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잇따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항소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과 관련해 "국가 설립 이후 총기법은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해를 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왔다"며 가정 폭력범의 총기 소유 금지 명령은 수정헌법 2조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9명의 대법관 중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만이 반대 의견을 냈다.
토마스 대법관은 "어떤 역사적인 규정도 총기 소지 금지법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특정 집단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이번 결정이 많은 사람의 수정헌법 2조 권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신은 특히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로 가정 폭력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은 지난 30여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여전히 중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대당한 사람은 누구도 자신들을 학대한 가해자가 총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