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탕웨이 "'원더랜드' 보며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영화 '원더랜드' 바이리 역 배우 탕웨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색, 계'의 왕자즈, '만추'의 애나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서래 등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배우 탕웨이의 눈빛에는 스크린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원더랜드' 속 바이리 역시 탕웨이라는 배우였기에 그 자체로 관객들을 설득하고 또 매료시켰다.
 
남편이기도 한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서 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을 연기했다.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바이리는 자기가 죽은 존재라는 깨닫고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모성'을 바탕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탕웨이는 그 과정에서 겪는 혼란 딸을 향한 모성과 딸인 자신을 향한 엄마의 모성으로 겪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옴니버스처럼 구성된 영화 안에서 탕웨이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그의 열연 덕분이다.
 
탕웨이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양한 인물의 관계를 보여주고, 더 많은 가능성 펼쳐나갈 수 있는 시나리오여서 좋았다"라며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영화 '원더랜드'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원더랜드' 속 여성 삼대 닮은 탕웨이의 가족

 
바이리는 딸 지아의 엄마이자 화란의 딸이다. 영화 속 삼대는 현실의 탕웨이와 닮은 면이 있다. 그 역시 한 딸의 엄마이자, 한 엄마의 딸이다. 그런 만큼 영화 속 상황은 탕웨이에게 익숙하다.
 
"엄마도 외동딸, 저도 외동딸, 제 딸도 외동딸이에요. 저희 엄마와 저와 제 딸이 같이 있을 때를 보면 영화 속 바이지아부터 화란, 바이리까지 세 여성이 같이 있을 때와 굉장히 비슷하죠."
 
바이리는 딸에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 '모성'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바이리의 모성은 엄마 화란의 모성을 이해하며 자신 역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탕웨이는 영화를 찍으면서도,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현실 속 자신과 엄마, 자신과 딸의 관계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됐다.

그는 "영화에서 바이리의 엄마가 영상 통화를 끊고 난 후 옆에 흰머리가 뚝 떨어진다.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라며 "그걸 보면서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도 나랑 영상 통화를 할 때는 활발한 목소리로 잘 있다고 하면서 끊는데, 어쩌면 엄마도 끊고 나서 혼자 쓸쓸하고 고독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탕웨이는 자신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 엄마, 딸과 같이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엄마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도 최대한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는 엄마와 딸 썸머와 얽힌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엄마가 저하고 제 딸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외할머니는 지금 네 살 반이야'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썸머에게 '네가 할머니를 보살펴줘야 해. 네가 언니니까'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면 썸머는 영화 속 바이지아처럼 할머니가 운동하시나 안 하시나 감시해요. 영화에도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잘 자면 된다'라고 하잖아요. 그걸 제 딸이 하고 있어요."(웃음)

영화 '원더랜드' 바이리 역 배우 탕웨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탕웨이가 본 김태용 감독

 
'원더랜드'는 '만추' 이후 13년 만에 김태용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자, 김 감독과 결혼 후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탕웨이는 "인간이 태어나서 평생을 살면서 겪는 네 가지 전환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했다.
 
그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은 딸 썸머의 탄생이다. 그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에게 준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밖에서 나에게 주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라며 "김태용 감독과의 가장 큰 변화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익숙해졌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최우식, 정유미씨가 그런 이야기를 해요. '부산행' 이후 8년 만에 만났는데,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게 있다고요. 두 분의 케미가 있는 것처럼 저도 그런 거 같아요. 전 이게 너무 좋아요. 한 작품에서 호흡이 잘 맞았는데, 그 호흡을 갖고 다른 작품에서 만나 연장해 가는 작업이 참 좋은 거 같아요."
 
탕웨이는 김 감독이 '원더랜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계속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꾸준하게 의견을 물어봤다고 한 뒤 "마치 내가 시범 대상인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김 감독의 장점으로 꼼꼼함을 들었다. 김 감독은 자신이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과학자처럼 연구하고 챙긴다는 것이다. 탕웨이는 "그런데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거기에다가 본인이 예술인으로서의 가진 창작성도 넣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그런 시도를 하는 걸 즐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 감독은 대부분 좋은 감독이 아니"라며 "김 감독은 이야기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원더랜드'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원더랜드'는 어느덧 탕웨이의 세 번째 한국 영화가 됐다. '만추'로 한국 영화계에 첫 발을 들임과 동시에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외국인 배우 최초로 받았다.
 
특히 '헤어질 결심'에서 연기한 서래는 많은 영화 팬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탕웨이가 보여준 또 다른 모습인 '원더랜드' 속 바이리에 영화 팬들은 다시금 빠져들고 있다.
 
"배우로서 작품이 끝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제가 한 역할을 인정해 주고, 캐릭터를 좋아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번 캐릭터도 좋아해 주신다면, 제 노력에 대한 보답이 그 반응이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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