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초능력을 지닌 복씨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초능력자가 마침내 운명의 연인을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장기용이 연기한 복귀주는 행복했던 시간으로만 타임슬립이 가능한 초능력을 갖고 있지만 결코 뒤바뀌지 않는 과거에 절망하는 인물이다. 피폐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 감량까지 한 끝에 장기용은 변신에 성공했다.
"초능력을 다룬 드라마가 많은데 저희만이 가진 색깔이 있었어요. 현대인이 질병 때문에 초능력을 쓰지 못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었고, 초능력을 가진 복씨 패밀리의 묘한 분위기, 그리고 감정적으로 깊게 파고드는 장면들이 보는 재미도 있으면서 공감대도 형성한 거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시면 좋은 작품이라 오래 오래 길게 숨 쉬었으면 좋겠어요."
결혼하지 않은 그가 아버지 연기를 하기도, 우울증 증세를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용은 제작진과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나누며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굳이 특별한 부담감을 얹기보다는 스스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딸이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다,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씀을 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그 마음 그대로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중학생 딸을 가진 설정이었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전 딸이 생기면 살갑게 잘해줄 거 같아서 쉽지는 않았어요. (웃음) 우울증 설정에는 갇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어요. 나 같으면 어떻게 표현할 지 제 생각을 계속 쌓은 다음에 감독님과 서로 의견을 나눴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또 새롭게 나오는 게 있었고요. 그런 새로운 접근이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만약 그가 복귀주였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장기용은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택했지만 돌아가고 싶진 않다고. 너무 바쁘게 살아 온 지난 10년 간을 생각해보면 10대 시절 철 없이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들이 소중하게 남아 있다.
"서울에서 혼자 살다보니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가 잘 없더라고요.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없이 바쁘게 살아왔어요. 중고등학교때 정말 철없이 친구들이랑 탁구치고, 축구하고, 오락실 가서 오락하고, 내기하고 이런 순간들이 가끔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 느낌들이 참 좋아요. 하지만 오늘 하루 열심히, 후회 없이 살자는 마인드라 굳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현재를 어떻게 재미있고, 멋지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더 나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까요."
"천우희 선배님과는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기회가 찾아온거죠. 역시 현장에서도 장난치고 대화를 할 때 코드나 성향이 비슷해서 감독님 몰래 둘이 '이렇게 해보자'고 대화를 한 다음에 같이 연기하고 그랬어요. 그런 부분을 너무 많이 배웠고, 영광이었어요. 원래 낯도 많이 가리고 쑥스러움이 많은데 형들, 누나들한테는 먼저 용기내서 다가가요. 그런 모습을 보통 귀여워해 주시는 거 같아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3위에 오르며 해외에서 의미 있는 호응을 얻었다. 전역 후 첫 작품에서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것이 장기용에게는 커다란 독려가 됐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단 지표이기도 하다.
"제 주연작 중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순위에 진입한 작품이 처음일 거예요. 오랜만에 제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은 일이죠. 이 기분 좋은 감정을 잘 기억했다가 다음 작품에 더 잘 해내야겠다, 더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거 같아요. 더 신기한 일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되고요. 이제 시작이니까."
군대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게 새로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줬다. 장기용은 20살 때부터 쉼없이 달려온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겼다. 너무 당연하지만 그 동안에는 치열하게 사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다.
"스물에 일을 처음 시작해서 30살까지 하다가 군대에 갔죠.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기에 복귀주라는 캐릭터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그래도 군대에 가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요. 그 전에는 앞에 있는 걸 해내기에 급급했거든요.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요. 이젠 그런 여유도 생겼고,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치열하게 살되, 여유와 편안함을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일도 잘할 수 있으니까 노력하고 있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인 느낌이죠. (웃음) 정말 아무것도 모를 시절에 힘든 상황에서 함께 했던 동료이자 형들이에요. 그렇게 회자되는 걸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12년 정도가 흘렀는데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잘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희한하게 모델 출신 형들 소식을 접하면 연락을 자주하고, 말고를 떠나서 반갑고 좋은 게 있거든요. 아마 반대로 형들도 제가 잘되면 똑같이 생각할 거예요. 같은 작품에서 만나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배우로서 만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앞으로도 장기용은 아시아 팬미팅 투어 등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복귀주 캐릭터를 위해 달리기를 하며 다이어트에 임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푹 빠져서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잘 준비해서 팬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아직 결정된 건 없는데 조금 있다가 공식 발표할 것 같아요. 건강하게 잘 해내기 위해서 열심히 뛰려고 해요. 건강해야 일도 오래할 수 있는 거고, 앞으로 더 많이 할 건데 육체와 정신을 제 스타일로 잘 닦아 놓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달리기를 하면 생각 정리도 하고, 쌓여 있었던 묵은 때도 벗겨지면서 건강한 마음이 되더라고요. 10㎞ 가까이는 뛰려고 하는데 페이스를 더 올리고 싶어요. 유산소 운동하면서 땀 흘릴 때 에너지가 많이 생기는 타입이에요. 작품에 들어가면 뛸 힘이 없긴 하지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