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국정과제로 내건 정부가 소형모듈원전(SMR) 육성 계획도 대대적으로 선포했다. 세계 원전산업 내 한계는 물론, 핵폐기물을 똑같이 양산하는 데 따른 환경적 위협이 지적되고 있다.
23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경북을 SMR 미래 경쟁력 확보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국정 방침을 발표했다. 3천억원 규모의 경주 SMR 국가산단을 세워 '글로벌 SMR 파운드리'를 키우고, 800억원 규모의 원전산업 성장 펀드도 조성한다는 것이다.
SMR은 보통 GW급 이상인 기존 원전보다 작은 300MW 이하 전기출력을 내는 소형 원자로다. 핵잠수함이나 핵항공모함에서 사용하던 원자로를 민간 전력원으로 쓰는 셈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안전성이 강화되고 대규모 입지가 불필요해 기존 원전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여당 소속 단체장이 집권한 대구시도 중앙정부 못지않게 SMR에 발벗고 나섰다. 대구시는 군위 첨단산업단지에 SMR 건설을 추진한다는 취지의 업무협약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체결했다.
정부는 "세계 주요 SMR 개발업체들은 '설계'(팹리스)에 특화돼 있어 '위탁제작'(파운드리) 업체를 별도로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게 현정부의 전략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연구개발 중인 SMR이 정부의 기대를 충족시킬지는 알 수 없다.
또 우리나라 SMR은 모두 개념설계~상세설계 단계에 있어, 실제 가동에 들어간 중국(2개)·러시아(1개)·일본(1개)이나, 건설에 착수한 캐나다·중국·아르헨티나·러시아(각 1개) 등에 비해 실적도 뒤처진다.
재정 투입으로 성과를 가속한다 해도, 국내 개발 SMR 유형이 덜 다양해 '글로벌 파운드리'가 성사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발 중인 국내모델 4개 중 3개는 가압경수로 방식, 1개는 납냉각로 방식이다.
전세계 83개 SMR 중 가압경수로 방식이 25개로 가장 많기는 하나, 고온가스로(19개), 용융염로(11개), 액체금속냉각로(10개) 등 다양한 방식의 SMR이 연구되고 있다. 가압경수로에 천착한 우리나라로서는 제3국이 제시하는 다른 유형 SMR을 제작할 수 있느냐, 가압경수로가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한편 SMR이 기존 원전 못지않은 '돈 먹는 하마'라는 주장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SMR 드라이브를 비판한 프랑스의 한 일간지는 미국(2개)과 프랑스·영국·남아공(각 1개)에서 SMR 중도 포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비용 감당을 못해서라는 것이다.
경제산업적 의문이 모두 해소돼도 여전히 남는 것은 환경 문제다. 이미 6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는 경북에 SMR 산단까지 들어서면 배출량이 얼마이든 핵폐기물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가 전체로 봐도, 핵폐기장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핵폐기물 증가는 환영받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SMR이 핵무기 확산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의 에너지단체인 E&E컨설턴트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SMR 부지가 전세계에 산재하고 관리보안 능력이 취약해지는 경우 핵폭탄 제조 물질과 기술은 확산이 불가피하다.
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SMR은 핵산업계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간과 재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또한 핵사고와 핵 오염의 위험을 전국 각지에 확산하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