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신학림 구속의 나비효과는 언론자유 침해?[권영철의 Why뉴스]

김만배-신학림 구속사유는? 증거인멸 ·도주 우려
신학림 '공갈혐의'도 추가 "약속 어겼다고 추가 책값 강요 혐의"
법관 출신 의원 "사법부나 헌법재판소가 수뇌부 교체 이후 보수화, 정권 눈치"
언론인들에 대한 검찰 추가 수사에 언론자유 침해 우려


[박지환 앵커] 뉴스타파의 '대선후보 윤석열 검증 보도' 인터뷰의 당사자 김만배씨와 신학림씨가 구속됐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1일 신학림 전 언노련 위원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지 10개월여 만입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한 발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권 기자! 김만배, 신학림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네. 그렇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늘(21일) 새벽 김만배씨와 신학림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김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발부 사유는 간단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동일한 사유를 밝혔는데요.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입니다.

[박지환 앵커]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 그게 영장 발부 사유인가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경우,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간단하게만 언급했습니다.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거나, 범죄혐의 소명이 됐다거나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이 처음부터 선거를 위해 공모한 것인지? 뉴스타파가 처음부터 관여했는지? 그리고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지? 여부일 겁니다. 당연히 잘못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합니다.

[박지환 앵커] 김만배, 신학림 두 사람에 적용된 혐의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권영철 대기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즉,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그리고 배임수재와 증재,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그리고 신학림씨에 대해서는 공갈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박지환 앵커] 공갈 혐의도 있었나요? 간단하게 짚어주시지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권영철 대기자] 신학림 전 언노련위원장은 '혼맥지도' 책을 다른 사람에게도 판매한 적이 있다며 김만배씨에게 받은 돈은 '책값'이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책값이 김만배씨에게 받은 것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났습니다. 인터뷰 직후에 거액을 받은 점도 의심의 대상입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2022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책을 전달했고, 정 전 원장은 당시 책값 명목이 아닌 후원의 의미로 수백만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정 전 원장에게 책을 건넬 때 조건이 '제3자에게 양도하지 않는다', 그 다음에 '2차 가공, 3차 가공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계약 내용을 알려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 전 원장에게 건넨 책이 전직 청와대 인사를 거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다고 합니다.

신 전 위원장은 정 전 원장에게 왜 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느냐며 책값을 주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에게 자신이 직접 말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해 5천만원을 받아냈는데, 검찰은 이걸 공갈로 본 겁니다.

문제는 이 사안이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는 관련이 없고, 대장동 사건 수사와도 연관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 혐의를 영장에 포함시킨 것은 명예훼손과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갈 혐의로라도 영장이 발부되길 노린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지환 앵커] 권 기자는 구속영장 발부를 예상했습니까?

[권영철 대기자] 제가 취재한 법조인들은 대부분 발부는 어려울 걸로 봤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검찰이 기소는 하더라도 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건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장 발부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영장발부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게 발부가 되는구나?"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지환 앵커] 구속영장 발부가 의외였다는 건가요?

연합뉴스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7일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렸습니다. 특별수사팀이 출범하기 전인 9월 1일 신학림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6일에는 김만배씨 주거지와 '화천대유'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9월 5일에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희대의 대선 공작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수사에 착수한지 두 달여 만에 언론사 5곳과 기자 7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대통령 심기경호'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겁니다.

검찰 수사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잠잠해졌다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일주일 후 김만배씨와 돈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신문사 법조기자 출신 3명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9개월 넘게 수사해왔으니까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마무리 차원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겠지만, 영장이 발부되기는 쉽지 않을 걸로 봤던 겁니다.

특히 법원에서는 '불구속재판 원칙'을 종종 강조해왔기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지환 앵커]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영장전담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다만 구속영장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를 파악해야 발부 사유를 설명할텐데, 아직 구속영장이 공개됐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법조인들도 '불구속재판 원칙'의 입장에서 보자면 두 사람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왔고, 특별히 구속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인지 여부는 재판에서 판단 될 사안인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법조인 중에서는 최근 사법부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결정을 보면, 용산을 의식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법관 출신 한 국회의원은 "헌재소장과 대법원장이 바뀐 뒤 사법부가 자꾸 보수화되고,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사법부나 헌법재판소가 용산 대통령실을 의식해서 눈치를 본다는 말씀인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게 단정적인 표현을 하기는 아직은 부적절해 보입니다만, 기류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사례들이 나온다는 얘깁니다.

사실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10개월 여 수사를 해왔는데 구속영장 조차 청구하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면 어떤 평가를 받겠습니까?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보도를 한 MBC와 KBS. JTBC, YTN에 대해 과징금 부과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했지만,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인용됐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헌법재판소에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면서도 탄핵은 기각시킨 사례가 있었습니다.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하는 게 가장 중대한 범죄일 텐데 이를 탄핵하지 못한다면 어떤 범죄가 탄핵 가능하겠습니까?

지나친 확대 해석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검찰의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자체가 비판 받는 상황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가져올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지켜볼 일입니다.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을 계기로 언론인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경우, 현장의 취재 기자나 언론사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검찰의 수사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게 될 거라는 우려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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