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독교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구원파 계열 중 하나인 기쁜소식선교회 소속 인천의 한 교회에서 함께 살던 신도의 학대로 여고생이 사망하기 전 범행에 가담한 합창단장 등 공범 2명도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정희선 부장검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경찰이 송치한 기쁜소식선교회 산하 그라시아스합창단 단장 A(52·여)씨와 단원 B(41·여)씨의 죄명을 아동학대살해로 바꿔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이지만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훨씬 높다.
A씨와 B씨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동학대·유기·방임·중감금·상해 등 혐의도 추가
이들은 다른 합창 단원이자 신도인 D(54·여)씨와 함께 교회 숙소에 C양을 감금한 채 두 발을 결박하는 등 학대를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같은 혐의로 D씨를 지난 12일 먼저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3명에게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중감금, 상해 등의 혐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C양을 가혹한 방식으로 팔·다리를 묶는 등 장기간 감금하고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뒤 이들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전면 재분석하고 포털사이트 검색 기록 등도 추가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이들은 C양의 건강 상태가 위독한 상태인 데도 병원을 보내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하게 결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여고생 친모도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
검찰은 숨진 여고생 C(18)양의 어머니(52)도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C양 어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교회 신도인 그는 올해 초 남편과 사별한 뒤 2월쯤 A씨 제안을 받고 세종시에서 함께 살던 딸을 인천에 있는 교회 내 합창단 숙소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은 교회로 보내지기 전 병원으로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회·합창단 "피해자 이름도 몰랐다" 발뺌하다 거짓말 들통
앞서 C양은 지난달 15일 인천 남동구 기쁜소식선교회 인천지역 교회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온몸에 멍이 든 채 교회 내부 방에 쓰러져 있던 C양은 두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결박된 흔적도 보였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양 사인에 대해 '폐색전증(폐동맥이 막히는 증상)'으로 추정되고 학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교회 측은 C양이 발견된 방이 합창단 숙소 근처일 뿐 합창단과 무관하고 학대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대 흔적에 대해서도 "C양이 평소 자해를 해 막으려고 한 것일 뿐 학대 흔적이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C양은 지난해부터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으며, A씨는 D씨를 통해 C양의 학대 사실을 보고받는 등 조직적인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증거 인멸 시도를 한 것으로 파악돼 빠른 신병 확보와 압수수색을 통해 범행 전모를 규명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들이 죄에 걸맞은 중형을 선고받도록 재판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