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들어 사실상 물건너 간 듯 보였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 일각은 부정적인 기류여서 특별법 제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선 7기에서 추진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의 전격 제안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호응하면서 재점화됐다.
여기에 정부가 거들고 나서면서 행정통합 논의는 순풍에 돛을 단 형국처럼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0일 경북 경산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에서 "경북과 대구의 500만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합 방안을 마련해주면 정부에서도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여세를 몰아 연내 통합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지만 험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경북지역 일각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불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동시의회와 예천군의회는 행정통합 반대결의안을 채택하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권광택(안동2), 박채아(경산) 등 경북도의원 여럿도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더해 일부 국회의원들도 급발진하는 통합 논의에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경북 구미을)은 "행정통합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역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시도민들의 여러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펼쳤다.
경북 북부권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이 특히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동 의원(안동·예천)은 지난 2020년 경북도청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 통합은 지방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정면 반발하기도 했다.
야권 일부 국회의원도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경북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비례대표)은 "인구 소멸에 직면한 상황에서 행정통합 의제를 비켜가긴 힘들지만 행정 효율만 추구하는 홍준표식 통합에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주민들의 숙의를 거쳐야 한다. 일부에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자고 주장하는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지역 국회의원들도 적잖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은 "시대에 맞지 않는 행정 조직과 기능을 창의적으로 재편할 시점이 됐다"며 "통합 대구경북시나 박정희시는 어떤가. 다수의 시도민이 납득할 만한 명칭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지낸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비례대표)은 "시도의 의견을 토대로 법안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후 대구경북 전체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