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이 경찰로 이첩되던 날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국방부 차관 등 군 관련 참모들에게도 전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 외압 의혹에 용산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21일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 측이 중앙군사법원의 항명 혐의 재판에서 통신 기록 조회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건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되던 지난해 8월 2일 오후 1시 25분쯤 임기훈 당시 안보실 국방비서관과 4분 51초 동안 통화를 했다. 이어 오후 4시 21분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도 10초간 통화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7분부터 57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도 통화를 했던 상황이다.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이첩 당일 5번이나 군 관련 참모들과 통화를 한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경북청에 도착해 초동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을 불러 보직 해임을 지시한 시각이 오후 12시 45분쯤이라는 게 박 대령 측 주장이다. 박 대령에 대한 보직 해임 지시가 윤 대통령과 이 장관 통화 사이에 이뤄진 상황이다.
선명히 드러난 '이시원→임기훈→유재은' 라인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시작된 전화가 임 국방비서관을 거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 이어진 점도 눈에 띈다.이 비서관은 이첩 당일 오후 12시 14분 임 비서관과 통화한다. 이어 임 비서관은 1시간 28분 뒤인 오후 1시 42분 유 관리관과 통화했다. 이어 유 관리관은 10분 뒤 경북청에 전화해 '사건 기록 이첩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로 기록 회수를 요청했다.
결국 사건기록 회수의 움직임이 관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시작해, 국방비서관과 군 법무관리관을 거쳐 경찰로 이어진 형국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기록이 회수되고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용산 대통령실이 있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면서 이른바 'VIP(윤 대통령) 격노설'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 비서관은 임 비서관·유 관리관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8월 2일부터 9일 사이 임 비서관과 15차례, 유 관리관과는 5차례 통화했다. 유 관리관은 이 비서관에게 10여차례 대면보고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개최한다. 이종섭 다시 장관과 이시원 전 비서관, 임기훈 전 비서관, 유재은 관리관 등을 비롯해 12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뿐이다.
이종섭 당시 장관과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출석 의사를 밝혔고, 이 전 비서관과 임 전 비서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국회법상 증인으로 채택되면 법적인 구속력이 부여된다.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구인할 수 있고, 거부 시 고발을 통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