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이 현행 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지난해 최고세율을 적용받아 상속세를 신고한 인원은 겨우 2980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 기록 경신이 예상될 만큼 심각한 재정적자 시점에 우리 사회 0.005% 고자산가를 위한 감세안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공식 발표로 꺼내 들 만큼 긴요한 정책카드였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21일 국세청의 총 상속재산 가액 규모별 상속세 신고 현황을 보면 상속세 과표구간상 최고세율 50% 적용 대상인 30억 원 초과 재산을 상속받은 신고자는 2983명으로 집계됐다. 정확히 30억 원일 경우 40% 세율이 적용되지만 대략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전체 상속세 신고자 1만 8282명 중 16.3%이지만, 부과된 상속세액은 5조 405억 원으로 전체 6조 3794억 원의 79%를 차지한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지난주 KBS에 출연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최대한 30% 내외까지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부과되는 상속세액도 상당한 감소가 예상된다.
현행 상속세제는 상속재산 5억 원까지는 일괄공제해주고, 남은 재산에 대해 5억 초과 10억 원까지는 30%, 30억 원까지 40%, 30억 초과 시 50%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최고세율을 30%까지 낮출 경우 세액 기준 혜택은 자연히 30억 초과 고액자산가일수록 커지는 셈이다.
문제는 지난해 56조 원 재정적자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체 국민의 0.005%(최고세율 대상자 기준)에 가장 큰 혜택이 가는 정책이 세수 확충이나 지출 구조조정보다 우선시되는 배경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재정확충 방안이 없어 나랏빚인 국채 발행을 늘리고 외환위기를 대비해 조성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만지작거리는 형편에 정책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속세액은 이미 지난 2022년 13조 7253억 원에서 1년새 반토막이 났고, 윤석열 정부 들어 2천만 원 초과 상속세는 자금 준비를 위해 납부를 연기해 주는 연부연납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부담을 한 차례 덜어준 터다.
기업 상속세 인하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가업을 승계하고 상속세를 공제받은 기업은 2019년 88곳, 2020년 106곳, 2021년 110곳에서 2022년 147곳, 2023년 188곳으로 최근 2년간 평균이 직전 3년 평균보다 6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제액은 76.3% 증가했는데, 특히 지난해 가업상속공제액은 8378억 원으로 전년 343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아울러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30억 원 초과 상속재산에 대한 최고세율을 적용할 때 기업인에 최대 60%까지 중과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송언석 특위 위원장은 지난 20일 회의에서 "경제력 있는 5060세대가 조기에 부를 2030에 이전해 소비를 촉발하고 그래서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자연히 감세 범위가 증여세 완화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미만 미성년자 증여세 신고 건수는 1만 3637건, 증여재산 가액은 2조 1천억 원으로, 5년 전보다 각각 43.9%, 41.6% 늘었다.
이 중 63건(0.5%)은 30억 원의 고액재산이 증여된 사례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지금도 (상속세 납부) 대상자 중 실효세율이 10% 넘어가는 비중은 절반 밖에 안 되고 최고구간을 넘어가는 인원은 정말 소수"라며 "최고구간 세율을 내린다는 건 아주 소수의 초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밖엔 얘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감세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경제 전반의 성장을 가져올)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특히 최근 들어 자산가격이 급등해 자산이 없는 계층은 임대료 부담도 어려운데 상속세 최고세율을 대폭 인하해버리면 부의 대물림은 좀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