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분·정부는 강공, 동력 잃은 의협…'올특위' 해법 될까

밖에선, 경찰·공정위·행정조치 '강경 대응' 나서는 정부
안에선, 27일 무기한 휴진 불만·집단 휴진 불참 의사 속속
의협, 해결책으로 범의료계 조직 '올특위' 카드 꺼냈지만
의료공백 사태 핵심, 전공의의 불신 여전…"참여 안해"

연합뉴스

정부의 강경 대응과 의료계 내분 등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안팎으로 흔들리며 대정부 투쟁 동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범의료계 조직을 구성해 대응하고 나섰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등 3인이 공동위원장 체제로 범의료계 조직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했다.

의협은 지난 19일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연석회의를 개최한 결과, 의료계가 대정부 투쟁을 위해 올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특위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더해 의료계 내분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의협의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경찰은 임현택 의협 회장 소환, 공정위는 의협 현장 조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를 받는 임현택 의사협회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며칠 전에도 임 회장을 물러 조사했지만, 임 회장이 진술을 거부해 조사가 1시간 만에 조기 마무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는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임 회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을 주문하거나 지지하는 방식으로 전공의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협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의협이 집단 휴진을 주도하면서 구성 사업자의 진료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를 했다고 보고 지난 19일에 이어 전날에도 의협회관 등에 조사관을 보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 회원들의 진료 거부를 독려했다는 이유로 의협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또 정부는 의협이 지난 18일 주도한 전국 집단 휴진 당일 휴진율이 30%가 넘은 전북 무주군(90.91%), 충북 영동군(79.17%), 충북 보은군(64.29%), 충남 홍성군(54.0%) 등 네 곳의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조치를 준비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역의 휴진율이 30% 넘을 경우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으로 보고, 법대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7일 휴진? 비현실적' 반발에 "회원 원치 않는 투쟁 없어" 물러나


의료계 내부의 분열도 의협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선 임 회장이 지난 18일 총궐기대회에서 선포한 '27일 무기한 휴진'을 두고 다른 의사 단체들이 '논의가 없었다'며 내홍이 일었다.

의협 내 지역의사회에서도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27일 무기한 집단 휴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며 "현실적으로도 무기한 휴진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내부 논의를 마친 뒤 의협에 실현 가능한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의료계 연석회의 결과 발표. 연합뉴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도 입장문을 통해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 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의 회무에서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도 이같은 내홍을 잠재우기 위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전날 "27일 전면 휴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의협은 회원들이 원치 않는 투쟁은 단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다. 18일 전국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도 회원 의사를 묻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의 '집단 휴진' 결정에도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이 속속 나오는 점도 의협의 구심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앞서 지난 18일 전국 집단 휴진 당일 분만병의원협회, 아동병원협회,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등은 휴진에 불참하고 정상진료를 했다.

특히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은 "10년 뒤 활동할 의사 1509명 증가를 막자고 수십만명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의사들의 휴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의협 "공동위원장 모시려 공문 보내"…전공의 대표 "참여 안 해"


더구나 의료공백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들의 불신 역시 의협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 대변인은 전날 "(전공의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대전협에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아직 답은 오지 않았지만, 금명 간 심사숙고해 답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올특위를 출범하며 전공의를 공동위원장으로 포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 대표는 또다시 단칼에 거절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일 입장문으로 갈음한다"는 짧은 글을 게시했다.

박 비대위장은 지난 19일 "현재의 상황에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도 내부적으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심 중이다. 최 대변인은 "전공의들은 그동안 협의체나 위원회에서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며 "올특위 결정을 만장일치로 하겠다고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20년 의정 협의와 관련해 많은 오해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가 각각 4명씩 가장 많은 수로 특위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의협 측에 불신을 갖게 된 계기로 꼽히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9·4 의·정 합의를 겨냥한 것이다. 당시 최대집 전 회장은 지금처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파업 전면에 나선 대전협과 합의 없이 정부·여당과 합의문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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