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민희진이 뒤바꾼 여론전 공식…일 터지면 기자회견부터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골프선수 출신 방송인 박세리. 박종민 기자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유명 스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옛말이다. 지금 연예계는 기자회견이 한창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일어난 변화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4월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시도 및 계약 위반 문제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전까지 여론은 하이브에 우세했고, 민 대표가 오히려 직접 나서면서 역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볼캡에 편한 맨투맨 티셔츠를 걸치고 나온 민 대표는 모여든 취재진에게 진솔하고 적나라한 감정을 쏟아냈다. 통상 공석에서 한 기획사 대표가 보일 법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감정을 걷어내고 보면 하이브가 제기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왜 이러한 갈등이 빚어졌는지도 회사 내부 사정을 자세히 짚어가며 설명했다. 결국 민 대표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 여론이 뒤집혔다.

이날 민 대표가 입은 의상까지 뜨거운 화제에 오르면서 각계에서 성공적인 기자회견이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여론전의 새로운 공식이 성립된 셈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법원에 낸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되자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열고 갈등을 봉합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앞선 기자회견이 없었더라면 과연 기업과의 여론전에서 개인인 민 대표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감한 사건이 터지면 너도나도 기자회견을 여는 분위기다.

그룹 엑소 멤버 첸·백현·시우민(이하 첸백시)은 지난 10일 엑소 그룹 활동을 맡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양자간 합의에 따른 음반·음원 유통 수수료율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다시금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난해 전속계약 분쟁 당시 약속했던 정산 자료와 근거 자료 역시 미제공됐다고 지적했다.

첸백시 측은 'SM의 부당한 처사'를 고발하겠다면서 먼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법률대리인들만 참석했지만 전속계약, 합의 등 매니지먼트와의 분쟁을 굳이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기존 사례들과 상당히 다른 행보였다.

SM도 이에 맞서 12일 첸백시 3인을 상대로 계약 이행 청구 소송을 냈다. 백현이 설립, 첸백시가 소속된 INB100가 MC몽·차가원 회장이 공동 투자한 원헌드레드의 새로운 자회사로 합류한 것에 대해 "템퍼링(부당한 유인)이 사실로 드러났다"라고도 강조했다.

골프선수 출신 방송인 박세리도 부친의 일로 곤욕을 치르자 기자회견에 나섰다.

박세리가 운영하는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는 새만금개발청에 '박세리희망재단이 참여하는 국제골프학교 사업'이라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확인 과정을 통해 박세리희망재단의 인장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박세리는 지난 18일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아버지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박세리는 2016년 은퇴 이후 지속적인 부친의 채무 문제를 감당해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더는 이런 피해가 없도록 이 자리에 섰다. 가족이고, 부모이고, 아버지이기에 채무 관련해서 (지금까지) 내가 변제를 했다. 더는 내가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세리 외에도 부모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스타들이 상당하기에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다만 박세리는 아버지에게 혹독한 훈련과 경제적 지원을 받아 골프선수로 성공했고, 실제로 돈독한 부녀 관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고소가 알려진 초반에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존재했다.

그렇다면 스타들은 사건 확대를 부담스러워했던 지난날과 달리 왜 적극적으로 언론 등과 소통하며 자기 생각을 피력하게 된 걸까. 진정성 있는 호소가 통했던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소통 방식을 뒤바꿨다는 평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일단 기자회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스타들은 곤혹스러운 논란에는 직접 나서지 않는 게 상례였다. 그 동안 서면 입장문 등 법적 대리인이 정제된 말로 밝혀왔는데 민 대표가 매우 특이하게 본인이 나서서 격정적인 언어로 기자회견을 한 결과, 여론이 유리하게 호전된 것을 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법적 대리인을 내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직접 진솔하게 기자회견을 했을 때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팬덤'이 있으면 더 그렇다. 변호사가 말하는 논리적, 법적 이야기보다 기자회견에 임하는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공감을 많이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기자회견을 전향적으로 고려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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