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19일 화재가 발생해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17명이 다쳤다. 주민 42명도 연기를 흡입했지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 초기에 건물 내부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그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양천소방서는 이날 오전 8시 2분쯤 서울 양천구 목5동의 지하 6층, 지상 23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약 11시간 40분 만인 오후 7시 44분에 불을 완전히 껐다고 밝혔다.
지하 2층 재활용수거장에서 시작된 불은 오전 8시 48분쯤 어느 정도 잡혔다가 환풍구를 타고 지하 1층 체육관 화장실로 번졌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 37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349명과 장비 9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오후 3시쯤에는 큰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지하에서 연기를 빼내는 작업 도중 지하 1층에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배연 작업 중이던 소방대원 16명과 의용소방대원 1명이 머리와 팔, 다리, 발 등에 부상을 입었다. 부상 대원 가운데 1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폭발 이후 양천구청 안전 전문가가 긴급 투입돼 구조 상 안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소방대원들이 다시 투입돼 불을 껐다.
72세대 주민 113명 모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42명이 연기를 마셨지만, 증상이 경미해 병원으로 이송되지는 않았다. 주민 5명은 옥상에서 구조됐다. 이들 가운데 90대 여성 1명은 소방헬기가 출동해 구조했다.
양천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 이은와 소방행정과장은 "화재가 안정화 된 뒤 잔불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집으로 돌아가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숙소와 필요한 물품이 준비돼 있다"며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작동 안 돼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건물의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주민 증언도 나와 관련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건물 10층에 사는 성모씨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연기가 뿌옜지만, 별다른 안내방송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