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징금 1400억 적정성?…'시장지배자' 여부에 달렸다

공정위, 쿠팡 과징금 늘어날 가능성 통보
국내 이커머스업계 '시장지배자' 판단 여부가 쟁점될 듯
이번 '역대급' 과징금은 알리·테무에 보내는 경고장이라는 분석도

박종민 기자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 받은 쿠팡이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종 과징금 액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1400억에서 더 늘어날 수도…"천문학적 숫자"


20일 유통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13일 발표한 쿠팡의 검색 순위 조작 의혹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 검색 순위인 쿠팡 랭킹에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도록 '조작'했는지, 그리고 이런 행위로 인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있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제품에 유리한 쿠팡랭킹 알고리즘을 설계했고,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 후기를 작성하는 등의 조작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다수의 일반 중개상품은 쿠팡랭킹 상위 노출에서 불리해지게 됐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침해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쿠팡과 자체 브랜드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첨단 기술을 가진 제조업체도 아닌 유통업체에 2023년 공정위 과징금 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1400억원은 그동안 공정위가 국내 단일기업에 선고한 과징금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심지어 이 액수는 향후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쿠팡의 2019년 2월~2023년 7월까지의 상품 판매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2023년 8월부터 심의일까지의 과징금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쿠팡 측에 통보한 상태다.


업계 1등 쿠팡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쿠팡이 이처럼 '역대급' 과징금을 맞자 공정위가 쿠팡을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가 업체들의 자사 PB상품 우대를 규제하는 기본 목적이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확장'을 막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0월 네이버쇼핑 제재 건이 유사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조작해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경쟁 이커머스 상품의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내리고, 대신 제휴 쇼핑몰의 노출은 일정 비율 이상 보장하는 등 경쟁사의 영업을 방해했다며 과징금 266억원을 부과했다.

법원도 공정위 처분을 그대로 인정했다. 당시 온라인 비교 쇼핑 서비스에서 80.2%(2020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오픈마켓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다는 취지였다. 네이버쇼핑 제재 건은 이번 쿠팡 건과 관련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도 제재의 선례로 언급됐다.
 
반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18억9600만원의 과징금에 그친 사례도 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CJ올리브영에 이와 같은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됐다면 최대 6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나왔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 "시장지배적 지위 불명확"…공정위 "심사보고서 보면 알 것"


쿠팡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불명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쇼핑 23.3%, G마켓 10.1%, 11번가 7.0%, 카카오 5.0%, 롯데온 4.9% 등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어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려면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진입 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한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하는 사안인 셈이다.

쿠팡의 1400억원 과징금 책정과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400억원이라는 숫자는 이번 조사를 마무리하고 보낸 '심사보고서'를 통해 쿠팡 측도 어떻게 계산됐는지, 베이스(기반)가 무엇인지 대략적인 흐름은 알 것"이라면서 "의결서가 나오면 (1400억원이라는 숫자가 어떤 기준으로 나왔는지) 다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결서는 공정위의 판결문과 같은 개념이다. 이번 의결서가 쿠팡 측에 송달되기까지는 약 1달 정도의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역대급 과징금 결정이 국내 시장 확장에 나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유통질서를 어지럽히지 말라"는 '사전 경고장' 성격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우선 쿠팡이 시장지배사업자 위치에 오르는 과정에서 유통질서를 어지럽혔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것 같다"면서 "한편으로는 알리와 테무를 염두에 두고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과징금을 세게 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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