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육아휴직 도입하고 '맞돌봄' 장려…저출생 특별회계도 신설

19일 저출산고령사회委 본회의…범부처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발표
최대 핵심 과제로 '일·가정 양립' 꼽아…'年1회 2주' 단기 육아휴직 도입
부모 모두 석 달 이상 육휴 시 총기간 1년→1년 6개월로 늘려 아빠육아 장려
출·퇴근, 방학 등 고려한 시간제 보육기관 대폭 확대…결혼·출산 등 세제 혜택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용산 저출생수석 신설…인구위기특별회계 마련 추진

류영주 기자

정부가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곤두박질친 한국의 초저출산 관련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임기 내 출산율 반등을 이룰 수 있도록 기존 저출산 사업의 '가지치기'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사업을 주로 확대한다.
 
특히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으로 '일·가정 양립' 문제를 꼽았는데, 일하는 부모가 필요 시기, 충분한 육아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휴가·휴직의 유연한 사용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학령기 전후 돌봄수요가 많은 워킹맘 등이 그때그때 쓸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하고, 휴직 기간 소득대체율도 대폭 인상한다.

신생아 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공급 물량 확대, 결혼 특별세액공제 등 다(多)자녀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도 약속했다.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에 대해선 관련 시술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을 낮추고 지원 횟수도 산모당 25회에서 출산당 25회로 확대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고, 이에 발맞춰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인구비상사태" 선언…단기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에 초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19일 오후 본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맞벌이 워킹맘과 다둥이 아빠, 난임모(母), 청년 등이 초청돼 정책수요자로서의 애로사항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을 기록하는 등 해당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로 하락한 상황을 들어 비상한 각오로 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0~4세 인구가 북한 인구보다 적은 것은 해방 이후 최초라는 설명이다. 당국은 2030년까지 '출산율 1.0명'을 목표 삼아 최우선 국가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출생 대책 대전환을 위한 3대 핵심분야로는 ①일·가정 양립 ②양육 ③주거 등을 꼽으며 지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선진국 수준의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녀 양육상 필요한 시기, 충분한 육아시간을 돌려주겠다는 취지인데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이미 있음에도 실제 사용 시엔 여전히 '눈치 보는' 상황이 없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돌봄 수요가 많은 시기에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연 1회, 2주 단위'의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임시 휴원이나 학교 방학 시 활용할 수 있는 '자투리 휴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모가 각각 쓰면, 1년에 자녀당 총 4주를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육아휴직의 분할사용 횟수는 2회에서 3회로 늘린다. 단, 단기 육아휴직 사용은 이 횟수를 산정할 때 차감하지 않는다.
 
또 여전히 여성근로자에 편중된 육아부담을 덜 수 있도록 아빠의 육아기회를 확대한다. '맞돌봄'을 하는 가정은 육아휴직 총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식이다. 부모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쓰면 도합 휴직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어난다.
 
배우자 출산 후 사용이 가능했던 남성의 출산휴가·육아휴직은 고위험산모 등 특정한 경우 배우자 임신 중에도 쓸 수 있도록 변경된다.
 
유자녀 부부가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인 소득대체율도 인상한다. 휴직기간 초기 3개월간 월 급여상한을 현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통상임금 100%)으로 올리고, 이후 석 달 간은 200만원, 추가 6개월은 매달 최대 160만원(통상임금 80%)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요가 높은 시기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상한이 적용되도록 급여체계를 재설계하고, 사후지급금은 폐지한다.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와 관련해서도 급여상한(현행 월 200만원) 인상을 검토하고, 통상임금 100% 지원기간은 매주 최초 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린다.
 
이와 함께 '있는 제도'를 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 신청 시 육아휴직도 '통합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14일 이내 사업주가 서면으로 허용하지 않으면 신청한 대로 승인되게 할 방침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출산휴가·육아기 단축근로에 따른 대체인력을 고용할 때엔 지원금을 현재보다 40만원 더 올려 지급한다(80만→120만원). 육아휴직 관련 대체근로자 채용이나 파견근로자 사용 시에도 같은 수준의 지원금을 신설·지원한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그간 '일·가정 양립'은 (저출산 정책 예산의) 5%에 불과했다"며 "이번 대책에서는 신규로 추가되거나 확대되는 예산 사업의 80%를 여기에 집중했다. 국민들이 가장 (미비점 관련) 아파하시고 또 국내·외적으로 (정책)효과가 입증된 부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혼·출산, 메리트 되게"…'틈새돌봄' 확충, 세제 혜택 약속

정부는 또 0~11세 유아 및 아동에 대해 '누구나 이용가능한 돌봄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5세, 이후 3~4세로 확대하는 등 정부 임기 내 무상보육·교육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은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 운영시간 8시간에 더해 4시간의 추가돌봄('8+4')을 제공하고, 희망 유아는 100% 참여를 보장한다.
 
공공보육 이용률은 윤 정부 임기 내 40%에서 50%로 높여 나간다. 기업 인센티브 제공 및 지자체 평가 반영 등을 통해 대기업·지자체 등의 '상생형 직장 어린이집'도 확산한다. 초등학교 늘봄학교는 2026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프로그램 무상운영 폭도 넓힌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 방학, 휴일 등 '틈새 돌봄'을 촘촘히 채울 수 있도록 시간제 보육기관을 향후 3배 이상 확대(2023년 1030개반→2027년 3600개반)한다.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대기 및 수요 증가를 고려해 2027년까지 30만 가구를 목표로 공공·민간 돌보미 공급을 대폭 늘린다. 정부지원 소득기준은 기준중위소득 150%에서 200%로 변경해 지원을 확대한다. 사전신청도 단기간 돌봄은 1회당 1시간 단위, 긴급돌봄은 시작 2시간 전 신청이 가능토록 요건을 완화한다.
 
주거·세제와 관련해선 "결혼·출산·양육이 메리트(Merit)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생아 우선공급' 신설 등을 통해 출산가구에 현행 대비 연간 5만 호 이상 늘어난 주택물량(12만 호)을 공급한다. 신규택지도 발굴해 신혼·출산·다자녀가구에 최대 1만 4천 호를 배정하고, 민간분양 내 신혼부부 '특공' 비중도 18%에서 23%로 높인다.
 
또한 내년 이후 출산 가구에 대해선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추가 완화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기간 중 출산한 경우엔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0.2%p↓→0.4%p↓)하겠다고도 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동안 아이를 낳으면 해당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소득·자산 무관하게 재계약을 허용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자녀세액공제도 확대(첫째·둘째·셋째아 15·20·30만원→25·30·40만원)하기로 했다. 대학 정원 내 다자녀 가정 특별전형 확산, 국가장학금 소득구간 확대 등 다자녀 가정 관련 인센티브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난임 극복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도 약속했다. 정부는 25~49세 중 희망하는 모든 남녀를 대상으로 가임력 검사를 현 1회에서 최대 3회 확대 지원한다. 가임력 보전이 필요한 대상자들에겐 생식세포(정자·난자) 동결·보존비도 함께 지원한다.
 
난임 부부에 대해선 연령 구분 없이 난임시술의 건보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춘다(현 45세 이상 50%). 시술 지원은 여성 1명당 '출산당 25회'로 확대한다. 난임 지원을 위한 비급여 필수 약제의 건보 급여화와 난임 휴가 확대, 제왕절개의 비용 무료화(현 본인부담률 5%)도 추진하기로 했다.
 

부총리급 저출생기획부, 新컨트롤타워로…인구특별회계 신설

국가 존망을 좌우하는 인구위기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응체제도 가동한다.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위해 부총리급으로 격상, 신설되는 저출생대응기획부와 함께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실도 만든다.

향후 모든 정책은 저출생 대응을 최우선 정책순위 중 하나로 설정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 저고위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인구 비상대책회의'로 전환해 매달 개최하고, 필요 시 지자체나 교육청, 경제계·언론계·종교계 등과의 연석회의도 연다.
 
'MZ세대' 미혼 청년과 무자녀 및 유자녀 기혼 부부 등 국민모니터링단도 신설해 정부 대책이 수요자에게 얼마나 피부로 가닿는지도 철저히 점검·보완할 예정이다.
 
지난달 개소한 인구정책평가센터(한국조세재정연구원)를 통해서는 성과가 미흡한 사업을 추려내고 실효성 있는 사업 위주로 정책을 재편한다.
 
컨트롤타워 재정비, 유보통합 추진 등과 연계해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가칭) 신설도 검토한다. 다만, 주 부위원장은 "현재 관계부처가 논의하고 있는 저출생대응기획부 관련 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안다. 또 최종적으로는 국회에서 결정하는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별도 돈주머니인 특별회계뿐 아니라 관련 예산사업에 대해서도 사전에 중복이나 사각지대가 없도록 조정하는 체계는 갖춰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출생 대응은 크게 정책이 절반이고 나머지 반이 '사회 인식·문화 변화'일 것"이라며 "이런 노력들을 (함께) 경주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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