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의 한 고등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을 건물 옥상으로 집합시켜 야구방망이와 주먹 등으로 폭행해 피해자의 고막이 파열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피해자의 상해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사건 발생 10일이 지나서야 증거 영상을 구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전북 순창경찰서는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A(17)군 등 여러 명을 조사 중이다.
A군 등은 지난 8일 오후 8시 26분쯤 순창군 순창읍의 한 PC방 건물 옥상으로 같은 고등학교 후배들을 집합시켜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B(16)군 등 3명을 폭행해 고막을 파열시키는 등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책임자는 "선배가 후배한테 엎드려뻗쳐 해서 엉덩이 조금 때렸는데 야구방망이로 해서 상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라며 피해가 경미하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공개된 사진과 진단서을 통해 본 피해자는 한쪽 뺨 대부분에 시퍼런 멍과 함께 고막이 파열됐으며, 허벅지 뒷 부분 역시 크게 부풀어 올랐다.
피해자 부모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1시간 가량 수십 대를 맞아 귀가 천공이 나서 인공 고막을 붙여놨다"며 "합병증이 생기면 전신 마취를 해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순창경찰서는 고교생 집단 폭행 사건 이후 10일이 지나 폐쇄회로(CC)TV를 구하기도 했다. 앞선 피해 상황에 대한 안일한 인식 탓에 이 같은 늑장 대응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18일 오후 4시쯤. 경찰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같은 시각 사건이 발생한 건물 내 PC방 내부와 건물 입구 그리고 엘리베이터 영상을 확보했다. 이날은 오전 중 관련 보도들이 이어진 날로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이 지난 시점이다.
이날 폭행 사건이 발생한 순창군 순창읍의 한 건물에서 만난 경찰은 "실제 집단 폭행이 발생한 건물 옥상에는 영상이 없다"며 "간접 증거를 위해 주변 영상을 확보하고 있고 PC방 내부 영상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순창경찰서 측은 지난 11일 영상 증거를 확보했으며, 지난 18일은 추가 영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다만, 폭행 장소인 건물 옥상에 대한 영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10일이 지난 후에야 PC방 내부와 야구 방망이를 든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보한 것은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통상 경찰의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수집 골든 타임은 사건 발생 후 '일주일'로 보고 있다. 최근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는 대부분 고화질로 녹화되는 탓에 용량이 커 저장 공간이 가득 차면 오래된 화면부터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이다.
경찰의 설명에 따라 영상을 기존에 확보했어도, 추가 영상에 대한 증거 입수는 가게 상황에 따라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의 개인 일정으로 조사가 미뤄지는 경우는 있다"며 "다만 증거 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통상 1~2일 이내에 수사하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