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꽃 피울 나이인데"…사망 훈련병 기수 '눈물의 수료식'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에서 열린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수료식 행사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얼차려를 받다 쓰러져 숨진 훈련병을 동기 훈련병 가족들이 추모하고 있는 모습. 구본호 기자

"자기 자식이라도 이랬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군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을 텐데 이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차려를 받다 쓰러진 뒤 숨진 박모 훈련병과 함께 입대한 12사단 24-9기 동기들의 훈련소 수료식이 열린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

5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친 243명의 훈련병들은 힘찬 경례와 함께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아들의 군복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준 부모들은 연신 "고생했다"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고 오랜만에 본 아들의 얼굴과 한껏 늠름해진 모습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시각 수료식장 입구 한 켠에 마련된 박 훈련병의 추모 공간으로는 자녀와 손자, 친구의 수료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이들의 수많은 발걸음이 이어졌다.

고인의 명예 수료증과 군번줄이 놓여진 추모 공간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숨진 훈련병을 애도했고 자식과 같은 아들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손자의 수료식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는 한 할머니는 국화꽃을 놓은 뒤 "우리 손주 같은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너무 안타까웠다. 한창 꽃 필 나이인데"라며 잠시 말을 멈추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에서 얼차려를 받다 쓰러진 뒤 숨진 훈련병의 동기 훈련병들의 수료식이 열렸다. 구본호 기자

수료식이 열린 체육관 옆에 우두커니 서있던 한 훈련병의 아버지는 인터뷰 요청에 망설이다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 아들은 아니지만 지금도 이렇게 생각이 난다"며 "그 친구도 이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입소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그렇게 되니까 꼭 내 자식 같고 안타깝다"며 눈물을 훔쳤다.

훈련병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당시 사건 발생 이후 "일주일이 악몽 같았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한 처벌을 촉구했다.

어머니는 "그 아이들이 새벽에 떠들었으면 즉시 처벌을 하던지 훈계를 해야 하는데 그걸 기다렸다가 계획하에 다음날 낮에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계획하에 했던 살인"이라며 "아들한테도 '너 힘들면 무조건 그냥 쓰러져'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냐"고 호소했다.

이어 "이 날씨에 애들이 훈련을 받으면 어떨까, 교육을 받으면 어떨까 이런 부분에 대해 장병들에 맞게끔 훈련이나 이런 게 이뤄져야 나라도 지키고 내 몸도 지키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에서 얼차려를 받다 쓰러진 뒤 숨진 훈련병의 동기 훈련병들의 수료식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친구의 수료식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20대 김모씨가 헌화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

친구의 수료식을 찾은 20대 김모씨는 "(훈련병 사망) 소식을 듣고 친구 할머니랑 가족들한테 전화하고 연락을 했었다. (오늘) 부모님들이 오기로 했는데 친구로서도 오고 싶어서 그냥 그런 마음으로 오게 됐다"며 "안타까운 게 제일 많이 크고 화가 난다"고 했다.

약 30분가량 진행된 수료식이 끝난 뒤 발걸음을 떼지 못한 한 할아버지가 취재진에게 말을 걸어왔다.

'손주에게 피해가 갈까 염려된다'는 할머니의 만류에도 말을 건 할아버지는 자신이 숨진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며 "내 자녀라면 그렇게 했겠는가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멈칫 거리다가 억울하게 떠들지도 않았는데 이 벌을 받았다. 사단장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앞으로 군 생활하는 아이들도 많을 텐데 이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얼차려를 지시한 A중대장과 B부중대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강원경찰청은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조만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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