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청년들을 노려 전세 사기를 벌인 모자(母子) 임대사업자와 건축주, 공인중개사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신축 빌라 분양과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한 뒤, 세입자에게 실제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아 빌라를 매입했다. 이렇게 만들어 낸 차익은 서로 나눠 가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벌여 전세보증금 약 180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임대사업자 2명과 건축주, 분양팀장 등 14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에게 전세계약을 중개해 준 대가로 초과 수수료를 받아 챙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44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이 사용한 전세사기 수법은 '동시분양'과 '역 갭투자'이다.
건축주와 공인중개사, 임대사업자 등은 신축빌라 분양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며 세입자를 구한다. 그렇게 구해진 세입자에게 분양가보다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임대사업자는 해당 전세보증금으로 빌라를 구입한다. 전세보증금을 빌라 분양가보다 높게 설정했기에 차익이 남는데, 이 차익을 서로 나눠 가진 것이다.
특히 이번에 붙잡힌 임대사업자들은 모자 관계였다. 어머니인 A씨는 2019년부터 자기 자본 없이 건축주에게 최대 2700만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받으며 빌라 293채를 매입했던 것으로 조사돼 구속됐다.
A씨는 "서울 빌라 가격은 우상향"이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수입 없이 빌라를 매입하고, 계약 만료일을 앞둔 세입자에게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와라"고 말하는 등 전세금을 돌려줄 계획이 전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인 B씨는 빌라 293채 가운데 75채를 자신의 명의로 매입하고, 빌라를 인수받는 조건으로 건축주에게 받은 리베이트를 어머니에게 전달하거나 세입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과 범행을 공모한 건축주 6명과 분양팀 8명은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은 뒤 임대사업자와 분양팀,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에게 미리 정해진 리베이트를 배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팀은 전세계약 실무를 담당하며 건축주에게 최대 6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주는 공인중개사와 보조원에게 줄 리베이트 금액을 1천만 원으로 설정했다가 수개월이 지나서도 세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 대금을 1800만 원까지 올리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물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부동산 임대차 경험이 부족한 20~30대였다. 이들 상당수는 전세금의 약 6~12%가 리베이트 비용이었고, '깡통전세'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임차인들은 임대차계약을 하기 전에 전세보증보험을 반드시 가입하고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으로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를 확인해야 한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 전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