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라틴계 표심잡기…美시민과 결혼한 이민자 구제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랫동안 미국에 불법 거주했지만 미국 시민과 결혼한 수십만 명의 이민자들을 위한 전면적인 새로운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인 배우자를 둔 불법 이민자들이 영주권 등을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올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오른 '국경 문제'와 관련한 강경·유화 여론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행정명령을 통해 남부 국경을 넘어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망명을 금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이민 문제에 대해 부드러운 입장이었으나, 올 대선을 앞두고 '국경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강경책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시민자유연합(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등은 이같은 행정명령이 '어떤 방식으로 입국했더라도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민법을 위반했다며 곧바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등 불만을 제기해왔다. 
 
또한 민주당 내 진보성향의 의원들도 '트럼프 때와 다를게 없다'는 볼멘소리를 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이민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보다 인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는 약속을 배신했다"는 진보층의 반발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캠프측은 수개월 동안 이민 지지자들과 합법적 신분이 없는 가족을 둔 라틴계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국경 제한 조치와 장기 이민자들을 위한 혜택 등의 필요성을 폭넓게 검토해왔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이민자 보호조치는 미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50만명의 이민자들에게 취업 허가, 추방 방지, 영주권 신청 등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시행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에 필적하는 가장 큰 이민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ACA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의도치 않게 불법체류자가 된 청소년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제도로,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다. 마침 이날은 DACA 프로그램이 제정된 날이기도 하다.
 
많은 이민자들에게 미국 시민과 결혼하는 것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통로를 제공한다. 
 
하지만 비자없이 불법적으로 남부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시민권·영주권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는 배우자 및 가족과의 오랜 별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서는 이민자들이 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는 동안 미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민자가 범죄 기록이 없고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상태여야하며 6월 17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10년 동안 거주하고 있어야한다. 
 
미국 기업 이민 연합(American Business Immigration Coalition)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이민 정책은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와 같은 경합주에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각 주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이른바 '혼합 신분' 가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새 이민 프로그램에 대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사면'의 한 형태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시간주의 한 흑인 교회를 찾은 자리에서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와 여러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흑인 커뮤니티는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강경한 국경 폐쇄 방침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문제에 안일한 태도를 보여 불법 이민이 급증했다고 각을 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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