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동휘, "이제훈은 리더, 마동석은 귀감이죠"

배우 이동휘. 컴퍼니온 제공
배우 이동휘에게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은 도전 그 자체였다. '이동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누군가의 친구 혹은 유쾌함과 친근함을 벗어난 역할이었기 때문. 이동휘가 연기한 김상순 형사는 일명 종남서 '미친개'로 불린다. 매사에 삐딱하고 냉소적이지만 범인을 놓치지 않는 집요함과 예리한 판단력의 보유자다.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에서 딱 들어맞는 역할이었어요. 누를 끼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 동안 물론 액션도 많았고, 전작에서는 악랄하고 비열한 배신자 역할도 많았는데 그런 느낌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물불 안 가리는 정의의 사도 같은 얼굴도 필모그래피에서 꼭 쌓고 싶었어요."

공교롭게도 '수사반장 1958' 방영 시기에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했다. 한 배우가 동시기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 관객 또는 시청자들의 몰입에 방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이동휘는 '동휘적 사고'라며 둘 다 선역이거나 악역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자기 위로를 했단 이야기를 전했다. '럭키가 비켜갔잖아'라는 능청스러운 농담에는 숨길 수 없는 '개그 재능'이 돋보였다. 현장에서도 이런 이동휘의 장기는 여지없이 발휘됐다.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손수 '몸 개그'를 펼친 적이 많다.

"제가 코미디를 진짜 사랑하거든요. 인생에서 유머가 정말 중요해요. 모든 고통과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요. 코미디언들을 정말 존경하기도 하고요. 몰래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제가 준비한 장면에서 웃으시면 거기서 희열을 느껴요. (웃음) 누군가에게 웃음을 준다는 게 정말 귀하고 값진 일이죠. 지인들 사이에서 웃긴 사람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게 자랑스러워요. 언제나 24시간 전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육감을 총동원해서 틈이 생기면 웃기려고 해요."

이런 이동휘가 있기까지는 직접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선배들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약 7~8년 전부터 인연을 이어온 배우 마동석은 물론이고, '수사반장 1958'의 배우 이제훈은 소속사 사장이자 선배로 더욱 특별한 관계다.

"제훈이 형이 집요하게 최선을 다하거든요. 뒷모습을 볼 때 너무 든든했어요. 리더를 따라서 각자 수행을 해내자고 그런 믿음으로 똘똘 뭉쳤어요. 회사 대표님과 같이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어색해서 NG가 많이 나기도 했는데 또 금방 추슬렀어요. 동석이 형은 '범죄도시' 시리즈 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정말 귀감이 되는 분이에요. 한 동안 코미디 역할만 많이 들어와서 속으로 앓고 있었는데 동석이 형이 '기다려 봐라' 이러더라고요.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나서 '범죄도시4' 장동철 역을 부탁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너무 감격이었죠. 제훈이 형도 제 차기작에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있고요."

배우 이동휘. 컴퍼니온 제공
훌륭한 선배들의 공통점은 이동휘를 지적하기 보다는 충분한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극한직업'의 배우 류승룡, '카지노'의 최민식까지 포함해 이동휘는 대형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면서 이런 선배들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익혔다. 그에게 선배들의 관용은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선배들을 보면 제 고민을 그냥 넘어가지 않으세요. 또 저에게 뭘 잘못했고,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시고, 기회를 주세요. 기회를 줄 때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죠. 그런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고, 더 가슴 깊이 새기고, 완벽하진 못해도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은 해야 하는 거고요. 지금 잘해주실 때 제가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가 조금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카지노' '범죄도시4' '수사반장 1958'까지, 익숙함이란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이동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본인 왈, '갈 길이 구만리'라고. 저예산 독립영화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 역시 영화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넘어야 할 관문이 많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의지는 갖고 있는 거고, 약진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인식되기까지는 오래 걸릴 거 같아요. 독립영화를 꾸준히 찍고 있지만 독립영화는 상영관수가 너무 적어서 대중분들에게 전달되기까지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도 점점 '이동휘가 저런 걸 하려고 한다'는 걸 알아주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어서 되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기대를 하면 실망감이 크니까 기대를 덜하는 편이지만, 점점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느 배우들처럼 규모가 큰 상업영화나 드라마에 매진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이 훨씬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관심'과 '상상'이 이동휘를 독립영화계로 이끌어왔다. 그 역시 예술과 상업 사이 긴밀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공식이 있거나 트렌드가 중요한 상업 작품들보다는 사실 독립영화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이 가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거든요. 길을 지나가다가 행인들을 보면서 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저만의 상상을 하곤 해요. 물론 상업 작품들에서 채워주는 판타지도 있지만, 평범한 현실 공간의 사람들에게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는 게 좋아요. 하지만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 둘 다 무너지는 건 맞아요. 상업 작품에도 얼굴을 비추고 노력해야 독립영화계로 갔을 때 투자가 용이해지는 부분도 있고, 그 두 개를 함께 가지고 가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배우 이동휘. 컴퍼니온 제공
'응답하라 1988'은 지금의 이동휘를 있게 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웃기기만 하는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낳기도 했다. 배우가 역할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다. 그러나 그 후에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이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숙제보다는 감사함이죠. 수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사실 그 중에 소수만이 유명해요.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계시는 배우분들이 훨씬 많아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그 작품은 절 '배우'로 탄생시켰다고 생각해요. 인지도가 트로피나 돈보다 더 대단한 일이거든요. 동룡이가 제 숙제는 아니고, 남은 숙제는 이동휘의 몫이죠. 저도 배우로서 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하려면 돈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일할 순 없는 거고요. 제 안위만 생각했다면 더 편한 길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방향을 돌려보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건 제 의지거든요. 그냥 가시밭길을 걷겠다 생각한 거고, 숙제를 빨리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죠. 지금까지 하지 못했다면 실력이 부족한 거고, 그런 날이 최대한 빨리 오게 만드는 게 프로 배우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롤모델은 배우 최민식과 마동석이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실제 현장에서 겪어 본 바가 그렇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주변을 살피는 배려심이 이동휘에게 남다른 변곡점을 만들었다.

"최민식 선배님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 현장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저렇게 성장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너무나 아름답고, 정말 연기만을 평생 쥐고 살아 온 배우 그 자체거든요. 그래서 크게 존경심을 갖게 됐고, 대본을 보는 자세도 고치게 됐어요. 연기에 더 진지하게 임하자고 마음을 먹었고요. 함께 연기하며 큰 수업을 받은 거죠. 동석이 형은 주변 사람을 참 많이 도와주세요. 약속도 잘 지키시고요. 저도 그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자리 창출을 하기도 하고, 주변에 제 동기 중에서도 아직 힘들게 배우 생활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돕고 싶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제작을 생각하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이 강해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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