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오늘 하루 전면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개원의들과 의대교수들이 총궐기에 나선 가운데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휴진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록 기자 연결해 자세한 상황 짚어봅니다. 김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의사협회 총궐기 대회가 진행된 서울 여의대로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앞서 의협이 전국 단위의 집단 휴진을 선포하면서 '역대급 지지율'이라고 강조해서 환자들의 우려가 컸잖아요. 일부 강경파 의사들만 휴진 의사를 밝혔던 게 아닌 건가요?
[기자]
네, 의협이 이달 초 회원 11만 1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엔 약 7만여명이 참여했는데요. 투표한 7만여명 중 6만4천명, 약 90%가 의협의 투쟁을 지지했고, 73%가 휴진을 포함한 집단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투표 참여도는 의협이 과거 총파업 투표를 벌였을 때와 비교하면 역대 최고가 맞습니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그동안 투쟁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 중 가장 압도적인 투표율과 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여론도 좋지 않고, 실제론 참여율이 낮을 거란 얘기가 많았잖아요?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동네 병원을 둘러보니, 참여율이 우려한 만큼 높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오늘 아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동네 병원 20곳을 방문했는데요. 18곳은 오전/오후 모두 정상 진료를 했습니다.
다만 2곳은 오전에만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휴진한다고 안내했습니다. 휴진 사유를 물어보니 "원장님의 개인적인 사유"라고만 설명했는데요.
병원 관계자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인서트]
"아니에요. 그냥 저희 쉬는 겁니다. 원장님 개인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오후에는 집단 휴진에 참여하나?'라고 물으니, 답변을 회피하면서 '개인적 사유'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어겨 적발될 겨우 불이익이 우려돼 이처럼 '반쪽 휴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의원급 병원 원장은 "오전만 진료를 보거나 휴진 신고를 하지 않은 병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공식 집계보다 더 많은 의원들이 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개원의의 사전 휴진신고율이 4%에 불과해,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 의원도 많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앵커]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런데, 어제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기약 없는 휴진에 들어갔잖아요. 대학병원들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어제부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4개 병원에 소속된 일부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갔는데요. 정부는 어제 서울대병원의 외래 진료 예약자 수가 1주 전에 비해 27%, 수술은 23% 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어서 어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내달 4일부터 최소 1주일간 휴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대 교수들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또 다른 '빅5' 병원들도 '집단 휴진' 동참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 구체적은 추가 휴진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포함해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의견을 모을 방침입니다.
아직까지는 대학병원에서 '대란'이라 할 만한 수준의 혼란은 없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집단행동이 확산될 경우 환자들의 불편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 진료를 쉰 동네 병원 등에 대해서도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던데요?
[기자]
특히 소아과 정보 등이 활발히 공유되는 '맘카페'에서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제주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오늘 휴진하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이 게시글에는 "환자를 담보로 이런 행위를 하다니 앞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자기 가족이 아파 죽어가도 파업할 것인가"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강원 춘천 지역에서는 휴진에 동참하는 동네 병원을 상대로 한 '불매 운동'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 커뮤니티에는 "의료파업 병원은 가지도 맙시다. 사람 건강, 생명을 담보로 배웠다는 사람들이 뭐 하는 짓이래요"라는 불만이 잇따랐습니다.
경남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어제 오후부터 '병원이 휴진하면 불매하겠느냐'는 취지의 설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오늘 오전 기준 이 질문에 전체 응답자 336명 가운데, 약 80%인 271명이 찬성에 투표했습니다.
[앵커]
실제 휴진하는 병원은 많지 않았지만 주민들 불만은 크군요. 그런데 '전국 집단 휴진'을 선언한 의협은 오늘 총궐기대회를 열었죠. 무슨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의협은 오늘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에서 총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의협부터 의대 교수 단체, 대한의학회 등 모든 직역이 대거 모였는데, 이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재논의 등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집단휴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입니다.
[인서트]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후배인 전공의들을 겁박했다면서 "진료거부와 휴진신고명령 등의 폭압적인 각종 행정명령들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휴진을 하고 총궐기에 참여한 17년차 개원의는 "의대 증원뿐 아니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 해롭다"고 불만을 보였습니다.
의사들이 진료를 멈추고 거리에 모인 상황을 우려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70대 시민 임모씹니다.
[인서트]
"나 역시 그 아직까지 뇌경색 후유증이 있는데 의사들이 계속 이러면 만약에 내가 들어서 또 재발했다, 이러면 방법이 없잖아."
경찰에 따르면 오늘 총궐기 집회 참석 인원은 만 2천여 명으로,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경력 4천여 명을 투입했습니다.
[앵커]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속속 들어가는데,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기자]
네, 정부도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의대 교수, 동네 병원 등의 집단 행동을 이끈 의협을 향해서, 협회의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를 계속할 경우, 임원 변경 및 '법인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또 오늘 오전 개원의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정부는, 이에 불복한 의협 회원 등에 대해서 면허 정지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진료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시·군·구 단위 휴진율이 '30%'를 넘기면 현장 점검을 실시합니다. 불법 휴진한 병원들에 대해선 채증 등을 거쳐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및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 실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인서트]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하여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전원 고발 조치할 계획입니다. "
정부는 오늘 저녁 개원의들의 실제 휴진율 통계 자료를 밝힐 계획입니다.
[앵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사이에 낀 환자들은 더욱 걱정입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