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8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는 한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5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해 법안 의결과 간사 선임 등을 진행했다.
민주당 해병대원TF 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과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다. 박 의원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그 자체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국방부, 해군본부, 해병대사령부, 경찰청, 대구지검 포항지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인권위원회에 외압이 있었는지와 함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포함시켰다"며 "조사할 사안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고, 우원식 국회의장께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진상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오는 20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고, 다음 날인 21일 전체회의 상정과 함께 입법청문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청문회에는 사건의 핵심 인물들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소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과방위도 18일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방송 3+1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인 KBS, MBC, EBS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추천권을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 외부에 부여하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3법에 더한 +1법인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과방위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불러 현안질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들은 지난 14일에 이어 출석하지 않았다. 국토위도 이날 전세사기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듣기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불출석해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과방위는 오는 21일 입법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이 장관과 이창윤·강도현 1·2차관, 김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박민 KBS 사장, 김유열 EBS 사장 등 12명에게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운영위원회·교육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첫 전체회의를 열고 간사 선임 안건을 의결, 민주당 박성준·문정복·임오경 의원을 각각 간사로 뽑았다. 특히 운영위는 오는 21일 국회사무처,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위도 오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과 유보통합 등 현안질의를 실시하기 위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오석환 차관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상임위 출석 등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중단하고, 이날 서울대병원 일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병원장 등을 면담했다.
이와 함께 11개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및 상임위원 강제 배정 무효를 주장하며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반헌법적, 독재적 행위에 대해 우 의장 등의 권한 침해 확인과 각 행위의 무효 확인을 청구하게 됐다"며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21대 국회 초반인 지난 2020년에도 국민의힘이 같은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던 사례가 있다. 헌재는 여당이 상임위에 복귀해 권한 침해 상태가 종료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각하 처분을 내렸는데, 이번에도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임을 감안해 보면 민주당의 '독주'를 알리는 여론전에 활용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