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총동원된 민주당…민생은?

최고위 폐회 멈추고 "정신 나갔느냐"며 檢수사 비난한 이재명
李 언론 향해 "애완견" 비판하자 野초선 "기레기", "발작증세"라며 옹호
檢 향한 공세 수위 높이는 사이 관심 낮아진 경제현안들
종부세 완화 민주당이 먼저 꺼냈지만 대통령실 나서자 "정치적 공세"라며 반대
당헌 개정 등 李대권가도 진행…檢비판 목소리 한동안 지속 전망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쌍방울 대북 송금으로 인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자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한동안 민생에 방점을 두던 이 대표 메시지의 방향이 검찰로 향하는가 하면, 언론을 향한 원색적 비난도 시작됐다.
 
강경 노선화로 인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수면 위로 올라온 경제 현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당헌 개정을 통해 이 대표의 대권 가도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최고위 폐회 멈추고 "정신 나갔는가" 쏟아낸 이재명…'애완견' 넘어 '기레기'라며 李 옹호나선 초선들

이 대표는 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여기 계신 언론인 여러분,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신 분들한테 하나 물어보겠다"며 "북한에 현금을 몇 억씩, 몇 십억씩 주면 '유엔 제재 위반이다', '주면 안 된다',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라며 예정에 없던 질문에 나섰다. 이어 참여정부 대북특사를 지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한에 현금 5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라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이 바보입니까? 정신 나갔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가 "당 대표께서 최고위원회의를 폐회하겠다"고 말했음에도 폐회 선언을 잠시 멈추고 쏟아져 나온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은, 자신을 향한 '사법 리스크'의 수위가 높아진 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혐의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이 대표에 대해서도 대북송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에는 언론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인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던 이 대표는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냐"며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 속에 가라앉는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의 발언 후 민주당 내에서는 이를 옹호하기 위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자 출신인 노종면 의원은 "권력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쓰는 언론을 학계에서도 '애완견(랩독)'이라고 부른다. 이는 '감시견(워치독)'의 반대 언론을 일컫는 말일 뿐, 무식하지 않고서야 언론 비하 혹은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는 것은 무식한 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셈이다.
 
양문석 의원은 대놓고 '기레기', '쓰레기', '발작 증세' 등 민망하기까지 한 원색적인 표현을 여과 없이 쏟아내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라며 "남을 비난할 때는 자신도 비판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는 검찰 출입 쓰레기들이 기레기가 아닌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을 못 가리고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애완견''운운하는 비뚤어진 언론관은 가짜뉴스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개혁신당 조응천 총괄특보단장은 "언론이 애완견이 아니라 방어에 나선 분들이 애완견 아니냐"며 "개딸(개혁의딸)들 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 등 3개 언론인 현업 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비하 발언으로 언론을 폄훼하고 조롱하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하며, 언론자유를 누구보다도 지지한다고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서 드러낸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기에 더욱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 외부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소 지나친 발언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 차원의 제지나 단속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들 의원의 발언이 "최고위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그런 사건에 대해 지도부가 논의한다는 것이 다소 민망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관심 낮아진 경제 현안들…종부세 완화 먼저 꺼내들었던 野, "정치적 공세"라며 180도 전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는 사이 이 대표가 지적해 온 민생 등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주에는 참석한 최고위원회의 때 마다 민생 회복을 강조했다. "확실치도 않은 유전에 5천억원, 1조원 퍼부을 돈이 있으면서, 100억불 원조할 돈이 있으면서 동네 골목에 폐업하고, 이자를 못 내서 카드론·사채업자에게 매달리고, 가족들 껴안고 죽고 이런 것이 안 보이느냐"며 자영업자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가 하면,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 줄 1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 대출 관련 입법에도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집권여당이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한민국 국회를 부정하고 있다"며 원 (院) 구성 협상에 나서지 않는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가하면, 회의 말미에는 검찰에 대해 날을 세우는 시간을 따로 할애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먼저 화두를 꺼냈던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전향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종부세를 테이블에 올리자, 지역구 내에서 세(稅) 부담이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한강 벨트'를 지역구로 둔 박성준, 고민정 의원 등도 세 부담 완화에 대해 거론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은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상속세법 개정 검토"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종부세 전면 폐지, 상속세율 30%로 인하 등을 거론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제히 반대로 돌아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가 종부세와 상속세를 정치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7월에 세제 개편이 있으니까 공세적인 부자감세 정책이랄까,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유리한 그런 정책을 패키지로 내놓고 있다. 일종의 정치적 공세"라고 말했다. 임 의원도 세수 결손 상황에서의 부자감세는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여야의 원 구성 대치가 이어지고 있고, 각종 특검법과 청문회 등을 일사천리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전선을 넓힐 경우 화력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장 상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당이 추진하겠다고 한 2특검(특별검사)·4국조(국정조사)를 어떻게 진행시키느냐 등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 대표가 제기한 검찰의 조작수사 등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등도 일을 하고 있는데 모든 현안을 다 다루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당헌 개정 등 李 대권 가도 작업 진행…대표직 연임 우려 적지 않지만 檢향한 공세 한동안 지속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는 사이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위한 당 내부 정비 작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한 규정에 예외를 두는 등 11개 당헌 조항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당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나 임기 단축 등으로 인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맞춰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당헌 개정이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과 대권 도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할 때 기존 당헌대로라면 이 대표는 대표직을 연임하더라도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는 대표에서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규정을 두게 되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이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경우 2026년 4월에 진행되는 지방선거 공천을 한 후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이 대표 '맞춤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필요해질 경우 개정에 나서도 충분하다는 이 대표의 수차례에 걸친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헌 개정 작업을 완료했다.
 
다만 이 같은 검찰에 대한 공세 강화와 당내 규정 정비 움직임이 이 대표에게 득(得)으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자칫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 쏠릴 경우 거부감이 커지거나, 민생을 등한시한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연임에 대해 응답자의 47%는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내이긴 하지만 '좋게 본다'는 응답 42%보다 5%p 높게 나타났다.(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무선 전화 인터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하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추가 기소로 인해 '사법 리스크'가 한 단계 더 현실화된 만큼 검찰 수사를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렇게까지 검찰 수사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검찰 수사가 정말로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재판 때와는 달라진 이 전 부지사의 판결 내용을 비판하는 한편, 검찰 개혁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공개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는지부터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신속하게 윤석열 검찰총장·중앙지검장 시절 특활비와 업추비의 불법 유용에 관한 국정조사가 검토돼야 한다"고 국정조사 추진을 시사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른바 '이화영 특검'으로 불리는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추진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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