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혐의'로 기소된 직후, 언론을 겨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표현하며 불만을 쏟아 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그 발언이 몰고 온 파장 등을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이번 발언은 돌발적인 것인가요? 아니면 준비된 것인가요?
[권영철 대기자] 사전에 준비한 걸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차량에서 내린 뒤 카메라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우리 언론인 여러분께 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양복 안주머니에서 사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꺼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대부분 원고없이 말을 이어갔지만 중간에 원고를 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나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당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사전에 준비한 얘기"라거나 "이재명 대표는 치밀하다. 사전에 준비하지 않고 즉석으로 저렇게 언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애완견 발언은 즉흥적"이라는 당 관계자의 발언도 있습니다.
[박지환 앵커] 사전에 준비된 것이다? 왜 이런 발언을 내놨을까요?
[권영철 대기자] 첫 번째는 검찰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유죄 판결이 난 뒤,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한 반박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주 금요일(6월 14일) 법정에 출두하면서 "검찰이라고 하는 국가 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면 그거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은 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 사실이 나오더라도 여러분은 전혀 그 점에 대해서 관심을 안가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희대의 조작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을 해보십시요. 대체 말이 되는 소리겠습니까?"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화영 부지사 판결이 너무 어이없이 나오니까 그런 생각이 겹치면서 쎄게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이 대표가 이날, 수원지방법원 형사15부가 안부수 아태 평화교류협회장 사건을, 형사11부가 쌍방울 김성태 사건을 판결했는데, 동일한 사건인데도 판단이 달랐다는 얘기를 했죠?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동일한 법원(수원지방법원)의 다른 재판부(안부수 형사15부, 김성태 형사11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 왜 이런 점에 대해서는 우리 언론들은 한 번 지적도 안하십니까?"라고 따졌습니다.
이 대표는 이어 국정원의 보고서에도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국정원의 기밀보고서가 맞겠습니까?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개설했다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 운영하다 처벌받고, 주가조작하다 처벌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언론이 이런 점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이런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사건이 가능하겠느냐?"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혹시 안부수 평화교류협회장 판결문을 보셨나요?
[권영철 대기자] 이게 지난해 5월 23일 있었던 수원지방법원 제15 형사부의 안부수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1심 판결문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판결문에 "쌍방울 그룹이 북한에 송금한 800만 달러는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 사업의 대가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판결문 3쪽과 4쪽에 나와 있습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인연을 계기로 평소 북한과의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노리던 김00, 방00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고", "쌍방울그룹의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하여 우선적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쌍방울그룹 김성태가 마련한 자금을 환치기 방식이나 현금 소지 중국 출국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밀반출한 다음 조선노동당이나 그 산하기관인 조선아태위 및 소속 주요 간부들에게 조선노동당에 대한 대북사업 로비 자금 또는 이행보증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계획하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이 표현은 재판부의 판단이 아니라 검찰이 제기한 기소내용 다시 말해 안부수 피고인의 범죄사실 부분입니다. 안부수 재판부는 주가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3081 판결 등 참조)" 는 내용만 담았습니다.
쌍방울 그룹의 송금이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인지? 쌍방울 그룹의 주가부양을 위한 것인지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과 이화영 피고인의 항소심에서 따질 걸로 보입니다.
[박지환 앵커] 이 대표의 강성 발언이 사전에 준비했다고 보는 두 번째 이유는요?
[권영철 대기자] 일종의 이슈 파이팅이라는 겁니다.
[박지환 앵커] 이슈 파이팅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의 문제점, 판결의 문제점을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선 건 언론을 향한 문제제기라는 겁니다. 강한 톤의 발언을 함으로서 주위를 환기시키고 이슈로 키우겠다는 의미라는 얘기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 지사시절 언론보좌 역할을 했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저런 말을 할 때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한다"면서 "검찰수사 관련해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저 정도로 강하게 제기한 건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 대표가 사전에 메시지를 준비했다. 메시지팀에서 미리 준비한 부분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다만 애완견 발언은 그 준비했던 내용에는 없었던 부분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메시지는 준비했지만 '애완견' 대목은 즉흥 발언이었다는 건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언론을 향해 사전에 메시지를 준비한 건 맞지만,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발언은 즉흥적이었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는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 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발언했습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검찰 수사 관련해서 이 대표가 일관되게 분노하는 부분들이 있다. 안부수 판결과 이화영 판결이 모두 예상과 다르게 나온 것은 중간에 둘 다 말이 바뀌었다는 점이 큰 원인인데, 검찰에 의해서 증언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이재명 대표가 언론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이유는 잘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에 남는 건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발언 아닌가요?
[권영철 대기자]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각 언론의 보도를 검색해보시면 알겠지만 사설이나 논평, 그리고 각 방송의 대담프로그램에서는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을 해석하고 이 대표의 언론관을 문제삼기도 합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왜 언론 전체, 언론인 전체인 것처럼 발언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언론의 보도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의 '검찰의 애완견' 발언은 언론 전체나 기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면서 "일부 언론들이 검찰쪽 입장이나 검찰에서 나온 정보만으로 보도하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여러 언론들에서 팩트체크도 하고 수원지방법원 두 재판부의 다른 판결에 대해서도 분석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언론이 본연의 기능인 권력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애완견'이라는 단어 하나가 주는 영향력도 크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방송장악, 비판 방송사에 대한 무더기 법정제재와 '입틀막' 심의 등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