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서울 종로구 SK사옥에서 나가달라며 낸 퇴거 소송의 결과가 이번 주 21일 나온다.
1조3808억원이라는 역대급 재산분할로 관심을 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온 지 20여 일 만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오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 선고 기일을 진행한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원고(SK이노베이션) 측이 여전히 조정 의사가 없는 입장이라면 더는 주장하고 입증할 사안이 없다"라며 "최태원 회장과 피고(노 관장) 사이의 서울고법 이혼 판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 언급이 있었다. 원고 측이 그 취지를 한 번 검토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한다"라고 요청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의 SK그룹 본사 서린빌딩에 있는 미술관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모친이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의 관장직을 이어받아 2000년 12월부터 이름을 아트센터 나비로 바꾸고 해당 빌딩 4층에 자리를 잡았다. 해당 건물에는 SK그룹의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어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노 관장이 운영 중인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공간을 비워달라는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냈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조정 절차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조정이 결렬되면서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SK 측은 빌딩 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음에도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이 무단으로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노 관장은 개인이 아닌 대표로서 미술관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어 퇴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SK 측의 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정 당시 노 관장 측 변호인은 "이혼한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미술관을 둘러싼 퇴거 소송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사건 항소심에서도 위자료 산정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을 담당한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이 사건 조정 신청 이후 SK이노베이션은 리모델링으로 인해 퇴거를 요구했고, 최근에는 퇴거 요청을 하는 소송도 제기했다"라며 "SK의 대표이사이자 그룹 총수인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와의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최 회장의 모친으로부터 승계한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위태롭게 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동거인에게는 상당한 돈을 출연해 티앤씨재단을 설립해 준 것과 달리 노 관장에게는 퇴거 소송을 제기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도 설명했다.
결국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하고, 재산분할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노 관장이 지난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낸 30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은 약 두 달 뒤인 8월 22일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