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 의대 교수 규모가 5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진료 교수의 약 55%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증·응급 수술 등은 기존 의료인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대병원 등의 수술장 가동률도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소속병원의 휴진 참여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의료계 중 가장 먼저 집단휴진에 나서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17일부터 중환자실과 응급실, 분만·투석 등의 필수부서를 제외한 외래 진료, 비응급 수술·시술 등에 한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서울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이 임상과별로 조사한 결과, 휴진 첫 주인 17일부터 22일 사이 외래 중단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을 연기 조치한 교수는 총 529명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전체 교수(967명) 중 54.7%에 이르는 비중이다.
수술장이 있는 병원 3곳의 합계 수술 가동률은 현 62.7%에서 33.5%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20개의 임상과가 모두 휴진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위는 휴진에 따라 진료예약이 변경된 경우,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비대위 지원을 통해 환자들에게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비대위에 접수된 지원요청 건에 대해서는 예약 변경과 환자 알림 절차가 모두 완료됐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응급·중증, 희귀·난치환자 등 진료를 그대로 유지하는 교수들로부터도 '휴진 지지' 성명서를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료계에 대한 존중 및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해당 성명에는 만 하루 만에 344명의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는 이에 대해 "(실제) 휴진에 참여하는 529명과 성명서를 제출한 344명 등 총 873명의 교수(90.3%)가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대병원 교수와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게 금번 휴진의 목적 등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장은 "이번 전면 휴진은 정책결정자들을 향한 외침이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교수의 판단에 따라 가능한 환자의 진료 일정을 조절한 경우,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에서만 진료가 가능한 중증·희귀 환자의 경우 진료일정 조정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판단해 달라"며 "휴진기간 중증·응급·희귀질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병원 교수들의 집단휴진을 '불허'하겠다고 밝힌 김 병원장을 향해서는 "90%가 넘는 교수가 휴진에 찬성한다면 과연 국민이 '서울대병원 교수라는 자들이 국가중앙병원, 대표적인 공공병원의 교수로서 자격이 있는 자들인가' 의심할 것이란 원장님의 우려에 십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참여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체 휴진'이 (병원)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휴진 기간에도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를 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 감소는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지금 당장은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못마땅하고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교수들이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를 바로 세우려는 것임을 국민들도 결국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휴진이 시작되는 17일 '전문가 집단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을 주제로 서울대 의대 양윤선홀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비대위 측은 "현대사회에서 전문가의 몰락은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전문가의 전문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전문가 집단의 소양 부족, 도덕적 해이 등이 원인"이라며 "의학 전문가이자 교수로서 필요한 소양과 경계해야 할 도덕적 해이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