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휴진 불허" 교수는 "강행"…혼란 속 환자들 "고통"

서울대병원 교수 '무기한 휴진 투쟁' 임박
내일부터 집단휴진 예정…비대위 "교수 과반 참여 파악"
병원은 '불허' 방침…"연가 결재 시스템도 막아 놨다"
일부 교수들 "병원 방침 상관 없이 개인 사유로 연가 낼 것"
혼란상 속 환자들…"교수 휴진 맞는지 아직도 몰라"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 집단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입장문을 환자가 읽고 있다. 박인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교수 비대위)가 당장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해당 병원은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라며 집단 행동에 동참하기 위한 교수들의 휴가 결재를 하지 않는 등 '불허' 방침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집단 휴진과 관련한 병원 측의 행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일부 교수들은 개별적으로 진료 스케줄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혼란상과 불확실성 속에서 환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휴진 강행' 방침…"진료 교수 과반 동참"

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체 진료 교수 967명 가운데 529명(54.7%)이 오는 17일부터 예고된 집단 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파악됐다고 15일 밝혔다. 비대위는 서울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공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 휴진 참여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라며 이 같이 발표했다.

교수 비대위는 "(이들 529명은) 휴진 첫 주인 17일부터 22일 사이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를 시행한 교수 숫자"라며 "(이에 따라) 수술장이 있는 3개 병원의 합계 수술장 예상 가동율은 62.7%에서 33.5%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교수 비대위는 지난 6일 중증·응급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집단 휴진 방침을 정했다. 전공의의 병원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행정 처분 일체를 완전히 '취소'해야 휴진도 현실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수들의 입장이었다.

교수 비대위는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만을 믿어오신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저희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도 '휴진 강행' 방침은 유지하고 있다.


병원, '휴진 불허' 했지만…교수들은 "개인 사유라며 연가 낼 것"

황진환 기자

병원 측은 이런 교수들의 집단 행동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날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가 결재 시스템을 막아 놓았다. (교수들이) 휴가 사유를 집단 휴진이라고 적으면 수리가 안 되게 해 놓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병원 전체가 다 '셧 다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7일 서울대병원 그룹 소속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의사로서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라며 "병원장으로서 비대위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이번 결정은 동의하기 어려우며,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불허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휴진 참여'로 마음을 굳힌 교수들의 입장은 완고했다. 서울의대 A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결재 시스템을 막아 놓았어도 개인 사유 등으로 연가 신청서를 낼 것"이라며 "반려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대 B교수도 "병원 집행부가 휴진을 공식적으로 불허해서 개별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직접 돌리면서 외래를 옮기고 있다"며 "상당히 많은 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해주고 있어 교수들은 사실상 휴진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병원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참여할 예정으로, 이 병원을 수련 병원으로 둔 울산의대의 C교수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병원에서도 (휴진을) 허가 해주지 않으려 하는데 만약에 내가 아프다, 그날 가족 집안사가 있다고 하면 안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수들 쉬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 환자들은 '안절부절'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병원 교수들의 집단 휴진 예고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자신을 진료할 교수가 휴진에 동참하는지 뚜렷하게 공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생사의 문제로 다가온다.

전날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70대 말기암 환자 양모씨는 "18일에 CT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정리가 된 게 없다"며 "간호사는 (휴진 관련해) 지시 받은 게 없다고 하는데, 의사들은 휴진한다고 하더라. 항암을 하지 않으면 바로 통증에 시달리는데 그냥 죽어야 하나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를 찾은 60대 김모씨는 "지난 2월에 간담도암 수술을 해준 교수님이 1년간 연가를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제는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들은 지난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에 남아 고통 받는 것은 환자들"이라며 의사들의 무기한 휴진 결정을 비판했다.

이처럼 환자들의 목소리가 절박한 만큼 일각에선 서울대병원에서 촉발돼 의협 차원에서도 예고한 의료계의 '휴진 투쟁' 참여율이 실제로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협이 전면 휴진을 예고한 오는 18일에 진료를 쉬겠다고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 3만 6371곳 가운데 1463곳(4.02%)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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