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선업튀' 김혜윤 "변우석 금방 뒤따라 갈 것"

배우 김혜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연기 차력쇼'.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 역 배우 김혜윤을 수식하는 단어다.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를 누비며 무려 세 번의 타임슬립과 함께 10대~30대에 걸쳐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 배경은 더운 여름인데 촬영은 겨울이라 고생도 많았다. 거기에 자신의 스타 류선재(변우석)를 살리기 위한 애절한 감정선까지 쉴 새 없이 몰아쳐야 했다.

"10대와 20대, 30대가 다르게 보일 수 있도록 외면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교복을 입은 10대인데 말투는 누나나 언니처럼 보이도록 추임새를 다르게 하기도 했고요. 10대 사이에서 쓰지 않는 말투를 녹여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우석 오빠가 선재랑 실제 동갑이고, 제 친언니도 34살이에요. 그런데 두 사람 다 제가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어른은 아니거든요. (웃음)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른이란 생각은 들지 않아서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게 노력하자 싶었어요."

'선재 업고 튀어'까지 신드롬을 일으키며 '김혜윤표' 하이틴 로맨스는 이제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없게 됐다. 김혜윤이 장신 남자 배우와 하이틴 로맨스를 찍으면 '성공'한다는 것. 키 차이 때문에 밑에 박스로 길을 깔고 촬영을 자주 하다 보니, 길이 끊어지면 까치발을 서서 NG를 방지하는 노하우까지 생겼다.

"아무래도 키가 큰 남자 배우들과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는가 봐요. 발랄하고 이런 모습이 더 극대화 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손 크기나 발 크기 차이, 이런 걸로 대신 여심 저격을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더 설렘을 느끼시는 거 같아요. 교복은 크게 어울린다고 생각 안 하는데 자꾸 입혀주셔서….그냥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앳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순간 안 입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지금은 입혀주시면 감사히 입자는 생각이에요. (웃음)"

배우 김혜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변우석은 소위 '김혜윤을 만나' 스타가 된 상대 배우 중 한 명이다. 김혜윤은 자신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상대 배우까지 돋보이게 하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 때문에 변우석처럼 아직 '라이징 스타'였던 남자 배우들이 김혜윤과 작업하며 스타로 부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혜윤은 모든 공을 변우석에게 돌렸다.

"잘될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저와 같은 작품을 했고, 드디어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뭘 한 건 없고, 오히려 숟가락 얹었거든요. 저는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거죠. 우석 오빠와 제 관계로 말하자면 멀어져 가는 오빠를 뒤따라가는 동료 배우? 저도 금방 갈 거예요. (웃음) 우석 오빠가 옆집 오빠처럼 친근하고 다정다감해서, 원래 알던 사이처럼 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잘 챙겨주니까 많이 의지했고요. 집중해야 할 감정신이 많았거든요. (오빠) 옷자락을 잡으면 집중이 잘돼서, 제가 감정을 잡을 수 있게 기다려 준다거나, 언제나 선재의 모습으로 있어 주니까 그게 정말 배려였어요. 덕분에 편하게 몰입해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어요."

그렇다면 가장 설렜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화제의 키스신 비하인드와 함께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 등장했다. 김혜윤은 화장실이 급한 임솔 대신 류선재가 자신이 괴로운 척을 하면서 버스를 세워 달라고 하는 장면을 설렘 포인트로 꼽았다.

"떨림이 제일 잘 보이는 장면은 아무래도 현관 키스 장면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감독님들이 손 디테일을 엄청 신경을 많이 써주셨거든요. 그 장면이 굉장히 긴장이 많이 되기도 했고요. 저는 그렇게까지 진한 로맨스 장면이 처음이다 보니까 실제로 떨리는 상황과 잘 어우러져서 나왔던 거 같아요. 설레기도 했죠. (웃음) 제가 가장 설렘을 느낀 포인트는 솔이가 화장실이 급해서 참고 있는데 선재가 대신 괴로운 척을 하면서 버스를 세워 달라고 하는 장면이요. 저를 위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희생하는 모습이 굉장히 설레고 든든하더라고요."

배우 김혜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까칠한 우등생 예서 역부터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까지, 김혜윤은 선역이든 악역이든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도맡아왔다. 자신도 그런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이번에는 가수 류선재를 향한 '팬심'까지 표현하면서 팬들을 더욱 이해하게 됐다.

"열심히 사는 인물들을 제안 받는 것도 있고, 제가 그런 역할을 맡았을 때 멋있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그냥 김혜윤이라는 사람은 하다가 힘들면 주저 앉을 때도 있고, 잠깐 쉴 때도 있고 그런데 맡았던 역할은 실천에 옮긴다거나, 털고 일어난다거나 그런 모습들이 멋있더라고요. 제가 솔이만큼 '덕질'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엔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저한테 떨면서 편지를 주고, 울거나 하는 팬분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런 편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얼마나 공들여서 썼을 지 느껴져서 거기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던 거 같아요."
 
'SKY 캐슬' 이전부터 김혜윤은 단역부터 조연까지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지금에 이르렀다. 그 시기를 견디고 버텨낸, 정말 치열하게 연기했던 김혜윤이 있기에 사실상 그가 해왔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과정 덕분에 보조 출연자들의 고충마저도 뼛속 깊이 알고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배우란 직업을 관두고 싶은 위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 당시는 깜깜하고 어두운 시절이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오디션을 보고 단역을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걸까, 질문을 많이 했거든요. 그 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하루마다 조그맣게 계획을 세워서 나중에 이 직업에 피와 살이 되는,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는 비유를 하자면 친구들은 다 앞질러서 가고 있는데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느낌이었어요. 주변에서는 사람마다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오지 않은 거라고 응원해줬고, 그래서 꾸준히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 이곳에 없을 거예요. 묵묵히 버텨준 제 자신에게 고맙죠."

배우 김혜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선재 업고 튀어'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김혜윤의 활동에도 관심이 쏠렸다. 상대 배우인 변우석이 활발하게 스케줄을 다닌 반면에 김혜윤은 다소 조용하게 방송 기간을 보냈기 때문. 중간에 옮긴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김혜윤은 팬들의 걱정을 이해하면서도, '불러 주시면 가겠다'는 전언을 남겼다.

"제 활동과 관련한 기사가 나왔을 때 굉장히 이 드라마가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했어요.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어디든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저희 소속사 대표님들도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특히 'SKY 캐슬'에서 함께 했던 염정아 선배님이 누구보다 빠르게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작품을 함께 했던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다들 같은 식구가 되어서 너무 축하한다고 말씀 주시고, 반겨 주셔서 처음 와보는 회사인데도 익숙함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김혜윤은 '월요병'을 치유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1년 가까이 사랑했던 임솔을 떠나 보내기는 아쉽지만 또 성장한 한 걸음을 내딛을 결심이다.

"다음에도 월요병이 사라지는 작품으로 돌아올게요. 1년 가까이 솔이와 함께 했는데 그 인물이 저에게서 흐릿하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고 속상하긴 해요. 그렇지만 또 다른 즐거운 드라마들이 월요병을 없애줄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저는 그 전까지 또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문 많이 내주시고, 많이 불러 주세요. 지금까지 작품 속에서 직업이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어서 직장이 있거나 전문직 캐릭터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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