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이법' 22대 국회로…'급발진 의심' 아들 잃은 父 두 번째 국민동의 청원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이도현(당시 12세)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유족 측이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위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국민동의 청원에 나섰다.

급발진 의심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낸 이상훈씨는 지난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의 글을 게시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겼다. 이에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지만, 방치되다 결국 21대 국회의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면서 이씨는 22대 국회에서도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것이다.

급발진 의심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낸 이상훈씨는 지난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 관한 청원의 글을 게시했다. 국민동의 홈페이지 캡처

이씨는 청원을 통해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인 우리 아들 도현이가 왜 이렇게 하늘나라에 갈 수밖에 없었는 지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하지 말라는 주변 만류에도 제조사인 KG모빌리티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4월에는 법원이 임명한 감정인이 사고 발생 현장에서 주행시험을 실시했고, 5월에는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모닝차량 모형 앞에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공개시험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당하고 소송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예외없이 운전자 과실로 결론내는 국과수를 상대로 급발진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고 원인 규명을 비전문가인 사고자나 경제적 약자인 유가족이 많은 비용이 드는 기술적 감정을 실시해 증명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억울하고 답답한 대한민국 현실에 울분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졌고 이는 국가 폭력이라고 느껴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4월 19일 실시한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이상훈씨. 독자 제공

특히 이씨는 "자동차는 이제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상태인 '급발진'은 인정하지 않은채 모든 전적인 책임을 운전자에게 증명하라는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법안이 방치되고 있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외면 당하고 무시돼 폐기됐던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국민동의 청원을 다시 한번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모든 운전자 및 급발진 사고로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을 대표해 22대 국회에 호소한다"며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입증책임 전환'과 급발진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제조사의 급가속 차단장치 장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EU에서도 소비자인 원고가 기술적 또는 과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해서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넘기는 조항을 신설했다"며 "대한민국에서도 EU의 제조물책임법 지침을 반영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두 번째 국민동의 청원과 관련해 지역사회에서는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게시물이 각종 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15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900여 명이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오전 추가 재연 시험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상훈씨. 전영래 기자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60대)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다쳤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해 10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은 "진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A씨 가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현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근 A씨 가족 측이 실시한 재연시험을 두고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은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공식 입장을 내논 반면, 유가족 측은 KGM의 입장 발표에 "재연시험의 본질과 목적을 왜곡했다"며 반박하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속행할 예정이다.

이씨는 "도현이를 떠나보낸지 558일째가 된다. 하지만 급발진 사고 시 전적인 책임을 모든 면에서 약자인 사고 당사자(유가족)에게 증명하라는 대한민국의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제조물책임법'이 방치되고 있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국민의 목소리가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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