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생 학부모들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을 향해 "당장의 환자 불편에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대 측의 '전면 휴진' 결정에도 더욱 적극적인 투쟁을 촉구한 것이다.
1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인터넷 카페 '의대생 학부모 모임'에 전날 학부모 일동의 이름으로 '서울대 의대 비대위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학부모들은 이 글에서 "최근의 의료 파탄 사태로 현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근본적 문제를 알게 됐다"며 "사방이 온통 불합리에 비과학적이고 심지어 비굴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껏 교수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은 또 "(전공의들이) 2월에 낸 사직서의 법률적 효과 여부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전공의는 사람이 아닌가. 잘못된 법에는 저항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도리인데 이를 방치하고 그 이익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휴진 결의문을 읽고 실망과 허탈함을 느낀다"면서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운 입장이던데 아직도 정부 눈치를 봐야 하나, 권력에 굴종해야 취할 수 있는 숨은 과실이라도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학부모들은 "2025학년도 의대 교육이 (증원이 안 된) 서울대의 직접적 문제가 아니라서 그러신 건가"라며 "본인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서울대 비대위는 해체가 맞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알고, 어떤 사리사욕이 없는 분들인 것도 잘 안다"면서도 "오늘의 환자 100명도 소중하지만, 앞으로의 환자는 1천배 이상으로 (중요하다), 당장의 환자 불편에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의대생, 전공의 단 한 명이라도 억압당하고 불이익에 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 동참할 거면 흔들림 없이 앞서 주고, 돌아설 수 있다면 애초에 내딛지 않는 것이 모든 의대생, 전공의, 그리고 환자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비대위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휴진 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한다"며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글이 실린 의대생 학부모 카페는 정부가 지난 2월 6일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이후인 같은 달 18일 개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