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플랜트 분야 협력을 한층 강화했다. 외교 네트워크를 중앙아시아로 확장하는 'K실크로드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 우리 대북 정책에 대한 중앙아시아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보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진행했고, 15일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올해 첫 순방이자,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외교 일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이다.
해당 3국을 순방지로 택한 이유는 경제와 인구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고 우리와 관계가 긴밀하며,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자원 부국'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술력과 결합하면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도 자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맺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각각 정상회담을 통해 주요 광물의 탐사, 채굴, 제련 등 전(全) 주기에 걸친 종합적 협력체계 구축에 합의했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크롬 등 핵심 광물이 세계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가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텅스텐, 몰리브덴이 풍부하다. 우리 기업들이 주요 에너지원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리 고속철 차량 첫 해외 수출이 성사됐다.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급 고속철 7량 1편성, 총 42량을 공급하는 2700억 원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 2004년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KTX를 개통한 지 20년 만에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속철이 수출된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타슈켄트 현지 브리핑에서 "우즈벡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고속철 시장을 노크하는 의미 있는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에너지·플랜트 관련 각종 합의서 체결로 우리 기업의 기대되는 수주 금액이 약 60억 달러(8조3340억 원)에 이른 점도 주요 사례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세계 5대 가스전 중 하나인 '갈키니쉬 가스전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와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 정상화 2단계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투르크메니스탄 키얀리에 건설 계획 중인 요소·암모니아 비료 공장의 수주에도 우리 기업이 유리한 고지에 선 상태다.
아울러 카자흐스탄 원전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 진출 등 에너지 협력,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교육 협력 등 다방면의 협력도 논의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지속가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K 실크로드', '한·중앙아 정상회의' 지지 확보…北 비핵화 한 목소리
무엇보다 이번 순방에선 윤석열 정부의 중앙아시아 특화 외교전략인 'K 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내년 최초로 출범하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대한 3국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K 실크로드 협력 구상'은 이번 순방 직전인 지난 7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 등 발전 잠재력을 연계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내년에 첫 회의가 추진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지지 확보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역내 지정학적인 갈등이나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자유롭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같이 경제협력을 하더라도 뒤에 정치적으로 숨은 의도가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상생이 되는 방향으로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하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3국 모두는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김 차장은 "중앙아시아가 한국에 호감을 갖고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게 하기 위해 우리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적절히 접목해 나가겠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국민과 기업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우리와 함께할 우군 네트워크를 더 많이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15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즈베키스탄의 고(古)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하는 것으로 이번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