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유명인 모방' 자살 사망↑…고위험군 많은 청년층 '적신호'

한 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자살동향 분석 및 대응방안 발표
1월 자살 사망, 전년 동월 대비 34% 급증…'베르테르 효과' 여파인 듯
코로나19 장기화 따른 고립·경제난도 요인…자살에 대한 '수용적 태도'도↑
언론에 '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 거듭 요청…자살시도 有경험 청년 적극 지원

지난해 연간 자살사망자가 1만 3천여 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올 1분기(1~3월) 자살사망자 수도 작년 동기간 대비 14%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첫 달에 자살로 숨진 국민은 전년도보다 34% 가량 뛰었는데, 유명인 자살을 모방한 '베르테르 효과'의 여파란 게 정부의 분석이다.
 
2회 이상 반복된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비율도 증가세인데, 특히 청년층에게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자살 고위험군'인 청년들의 경우, 본인이 동의하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자살 시도에 따른 신체손상 및 정신과 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1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자살 동향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 개정계획(안)'과 '2023년도 시·도 시행계획 추진실적 평가 결과'에 대한 심의도 이뤄졌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자살사망 증가 추세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그간의 정책을 신속히 점검·보완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월 자살사망자는 37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16명)과 비교해 14.41%(478명)나 늘었다.
 
이 중에서도 1월 자살사망자는 1321명으로 작년 1월보다 33.8%(334명) 치솟았고, 2월(1185명)과 3월(1288명)도 각각 전년도 동월 대비 11.6%(123명), 1.7%(21명)씩 상승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러한 증가세에는 지난해 12월 스스로 세상을 등진 톱배우의 사망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국의 결론이다. 유명인이 자살하면 그와 자신이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생각해 유사한 방식으로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사건의 여파는 7~8주간 지속돼 모방자살 경향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사망배우와 동년배인 40대 가스중독 자살사망자는 전년도 대비 약 151.7% 폭증(89명→224명, 1~2월 합산)했다.
 
지난 4~5월 자살예방 전문가 자문회의를 2차례 연 정부는 정신의학·응급의학·사회복지·심리·경제·사회·언론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이 같이 자살현황의 원인을 분석했다.
 
앞서 1만 3770명으로 잠정 집계된 지난해 자살사망자도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1만 3799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2년(1만 2906명) 대비 6.7%가 늘었다.
 
2018~2023년 자살사망자 수. 복지부 제공

당국은 올 들어 복수의 '자살 재시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기관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시도의 17% 정도였던 반복 자살시도자는 올 1~3월 기준 27.0%로 크게 올랐다.
 
자살시도 경험이 있을 경우 실제 자살률은 배로 뛴다. 2022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 자살사망자의 비율은 37.4%에 달했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자해·자살시도율을 보면, 10대(160.5명)와 20대(190.8명), 30대(91.5명) 등 젊은층이 전 연령대 평균(84.4명)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자살 증가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고립·경제난 등을 꼽았다. 우울·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의료기관 진료를 받은 국민도 2019년 368만 명에서 2022년 434만 명으로 매해 느는 추세다.
 
또 당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자살실태조사 결과, 자살을 '있을 법한 일'로 인식하는 수용적 태도도 증가했다. 지난해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2800여 명을 조사했더니, 31.2%가 '자살은 때때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구제책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고, 27.4%가 '자살만이 유일한 합리적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고 답했다. 모두 2018년 당시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밖에 당국은 현재 수령 중인 자살사망자 데이터로는 소득구간별 자살률이나 복지서비스 수혜, 자살시도 이력 등을 파악할 수 없어 자살 원인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우선 신문·방송은 물론, 1인 미디어를 포함한 뉴미디어 등 언론계에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준수할 수 있도록 요청하여, 보도로 인한 모방 자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해 권고기준도 보다 고도화하기로 했다.
 
일산화탄소 유발물질은 온라인 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생명사랑 문구를 게시하고 팝업 송출 등을 활용해 접근성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오프라인으로는 비(非)진열 판매, 구매용도 묻기 등을 유지한다.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0~30배 높은 자살시도자나 유족의 정보는 정신건강복지센터로의 연계를 강화해 사각지대를 줄인다. 다만, 이는 경찰·소방이 사건에 대응한 경우로 국한돼 있는데, 119 등 신고 없이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의 정보를 곧바로 센터에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자살 고위험군(자살시도자) 발굴 및 서비스 제공 강화의 일환인 '치료비 지원 요건 완화'. 복지부 제공

아울러 자살 시도 전례가 있는 청년은 최우선 지원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기존에는 응급실 내원 이력·중위소득 120% 이하 등의 조건이 있었지만, 당사자가 정신건강사례관리에 동의하기만 하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신체·정신건강 치료비를 지원토록 기준을 완화한다.
 
정부는 또 단기간 자살사고가 증가하는 시·도 등을 대상으로 알림체계를 구축하고, 각 지자체가 지역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책임 있는 자살예방 정책 수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살예방시행계획 평가 결과 중 우수 지자체 사례를 공개해 정책추진 기반을 강화하고 평가의 실효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관 데이터 연계를 통해 세부 자살사망 원인도 더 촘촘히 분석하기로 했다. 가령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로 분위구간별·질환별·장애 여부별 자살률을 살펴보거나,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데이터로 자살사망자의 수급 여부를 알아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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