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개인 고액 KAIST에 기부…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별세

"대한민국 미래 설계에 기여,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약속 지키려 기부"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의 2014년 기부 약정식 때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개인 고액 기부액인 515억원을 KAIST에 기부했던 정문술(鄭文述) 전 미래산업 회장이 12일 오후 9시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고인은 지난 1983년 벤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하며 일본의 퇴역 엔지니어를 영입, 반도체 검사장비를 국산화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후 무인검사장비의 개발에 도전했다가 벌어놓은 돈을 몽땅 날리는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국산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큰 돈을 모았다.
 
특히 반도체 장비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로 자리를 잡은 뒤 1999년 11월에 국내 최초로 미래산업을 나스닥에 상장해 '벤처 1세대'로 불렸다.
 
2001년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01년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13년 다시 215억을 보태 바이오·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개인의 고액 기부는 국내 최초였다. 카이스트 정문술 빌딩과 부인의 이름을 붙인 양분순 빌딩도 지었다.
 
고인은 2014년 1월10일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며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여서 매우 기쁘다"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2009~201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을 지냈다. 2014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아시아·태평양 자선가 48인'에 선정됐다.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유족은 양분순씨와 사이에 2남3녀가 있지만, 2남3녀를 회사(미래산업)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실, 발인 15일 오전 9시. ☏02-2030-7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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