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이 유죄로 판결난 지 닷새 만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와 2차례 통화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이 1심에서 인정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핵심 증거로 내세울 전망이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전날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김 전 회장이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대표와 두 차례 통화했다는 진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와 처음으로 통화했다. 김 전 회장은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협약식을 체결하고 이어진 만찬에서 경기도가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자신이 대납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의 통화를 바꿔줬고 '(내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라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같은해 7월 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중에도 이 전 부지사가 바꿔줘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북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 서울 가서 인사 드리겠다는 정도의 말을 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차례 반복된 신문을 받았음에도 대체로 일관되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객관적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신빙성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인정된 만큼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도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할 때 적용되는 혐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쌍방울에 경기도의 대북사업권을 넘겨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했고, 이 대표가 이를 받아주는 대가로 북한에 돈을 보내게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이 진술한 이 대표와의 통화내용 역시, 대납 사실을 양쪽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암묵적인 대화로 보고 있다. 때문에 향후 이어질 이 대표의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통화 내용이나 당시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신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檢, 1심 판결로 입증 주력…李 "창작 수준 떨어져"
이밖에도 검찰은 1심에서 인정된 또다른 사실들을 기반으로 공소사실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당시 이 전 부지사에게 이 대표의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이 대표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차기 대권주자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발생했고,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이 대표를 보좌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검찰 역시 차기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가 지자체장으로서는 최초로 단독 방북을 성사시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이 대표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사건과 무관하다"라며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여러 차례 들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에 대해 이 대표는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이럴 힘이 있으면 어려운 민생을 챙기고 안보, 경제를 챙기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검찰은 양형부당 및 사실오인, 법리오해가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역시 선고 이후인 지난 10일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9년 6월에 벌금 2억5천만원, 추징금 3억25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