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호남 내륙 지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지 뿐 아니라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면서 정부는 여진 등 향후 피해 상황에 대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8시 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부근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고, 1978년 계기관측이 시작된 후, 진앙 50㎞ 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순위도 가장 높다.
이번 지진으로 전북 지역에서는 각 지역에서 느껴지는 흔들림 수준인 '계기진도'가 최대 5로 측정됐다. 한 지역의 계기진도가 최대 5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질 수 있고,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게 된다.
전북 부안군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인천 지역에서도 계기 진도가 최대 3으로 측정되면서 지진 발생 이후 진동을 느꼈다는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후일담이 잇따랐다.
전북자치도는 이날 오후 3시까지 벽체 균열, 유리창·타일 깨짐 등 101건의 시설 피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과 관련해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 건수는 오늘 오후 2시 기준 총 316건(본진 309건·여진 7건)에 달했다.
이번 지진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호남 지역에서 발생해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부안 지진 이전, 진앙 반경 50㎞ 이내에서 발생한 최대 지진은 규모 3.9로, 2015년 12월 22일에 발생했다.
부산대 김광희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최근에 전라북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크다"며 "서해에서는 규모 5 정도 되는 지진들이 발생한 적은 있다. 그래서 이번 지진이 해역까지 포함해서 가장 큰 지진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 규모는) 역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15위(한반도 발생 지진 중에선 16위)를 기록했고,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들을 제외하면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규모 5에 가까운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여진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 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여진이 16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오후 1시 55분에 발생한 여진은 규모 3.1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세 번째로 강한 규모다.
지진 여파 장기화 우려 속에서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대책들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하던 중 지진 상황을 보고받고, "국가 기반 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 점검 등 제반 조치를 실시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3단계인 '경계' 단계를 발령해 이번 지진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