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석유매장 가능성을 밝히면서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한다"고 밝혔지만, 대통령 승인이 법적 의무가 있는 절차가 아닌데도 승인 사실을 밝히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열흘 동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탐사 분석 용역업체 대표의 입국,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잇단 브리핑 등 혼란의 연속이었다.
산업부 "승인 법적요건 아냐…승인발표, 산업부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뜻"
발단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예고 없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힌 데서 시작됐다.
이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어제(2일) 직접 대통령께 이 탐사 결과를 보고 드렸고, 대통령께는 큰 예산이 드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이걸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탐사 계획을 승인해 주셨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안 장관의 발언 내용만 보면, 대통령의 탐사 계획 승인이 필수 절차로 여겨지지만 관련 법률에 대통령 승인을 규정해 놓은 건 없다. 한국석유공사법, 한국석유공사법 시행령, 해저광물자원개발법 등에 따르면 대통령 승인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
다만 한국석유공사법 제10조에 석유자원의 탐사 및 개발과 관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승인의 주체가 산업부 장관으로 돼 있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대통령의 발표와 무관하게 이미 지난 4월 탐사·시추를 위해 노르웨이의 유전 개발업체인 '시드릴(Seadrill)'과 4770만 달러(약 650억 원) 규모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사용 계약을 맺어 오는 12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승인이라는 게 법적 요건은 아니다"면서 "시추 준비를 산업부가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보고를 드렸는데 산업부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대통령께서 지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판단되면 최고 행정권의 행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 드리는 것은 당연하고, 향후 관계부처 협의나 국회 예산안 제출 등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승인이라는 게 법적으로 필수 절차는 아니지만, 향후 관계부처 협의나 국회 협조 등이 필요한 만큼 대통령이 향후 시추 작업에 무게를 실어주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대통령이 첫 국정브리핑으로 석유 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것에 대해 "자원안보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국민의 일치된 관심과 성원이 필수적"이라면서 "석유·가스전 개발과 같은 범국가적 프로젝트의 경우 대통령실이 직접 추진 배경 및 경위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드려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시추 계획 승인 발표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국회의 협조를 얻기 어렵게 됐다. 예산 편성은 정부가 하더라도, 최종 확정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될 수도 있는데 당장 야당은 "진상규명 없이는 시추 예산을 늘려줄 수 없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