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동해 유전, 일정 멈추고 의혹 해소부터

액트지오 둘러싼 의문 끊이질 않아
동해철수 우드사이드, 세네갈 해상유전 원유 생산 성공
포트폴리오 재편 설명, 설득력 잃어
정부, 관련 자료 비공개 전환… 의문 키워
지지율 반등위해 서둘러 발표했단 의혹
정부, 일정대로 시추 강행 의지
석유·가스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

연합뉴스
 
동해 심해 유전 탐사를 둘러싼 의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브리핑을 가진 직후부터 곧바로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동해 심해 울릉 분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장 가능성을 분석했다는 미국 액트지오사에 대한 신뢰문제가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브리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이라고 설명했던 액트지오는 알고보니 '1인 재택 기업'이었다.
 
액트지오는 또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년 이상 미국 텍사스주에 납부해야 할 법인 영업세를 내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1650달러, 우리 돈으로 230만 원에 불과한 세금을 수 년간 체납했던 회사가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될 자원 개발 사업의 타당성을 결정했다는 데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규모가 작다고 큰 프로젝트를 감당 못하란 법은 없지만 흔한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액트지오 소유주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회사의 규모에 대해 '컨설팅 부티크'라고 밝혔지만 국가적 사업을 이 정도의 업체에게 맡기는 데 대한 의문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액트지오의 탐사 자료 분석 결과에 대해 추가 검증을 했다는 해외 전문가 중 한 명이 아브레우 박사의 논문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동해 심해 지역을 16년 간 탐사하고 시험 시추까지 했던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가 철수를 결정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우드사이드가 기업 합병과정에 내부 사업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부득이 철수했다는 게 우리 정부와 석유 공사의 설명이지만 동해 심해 탐사가 사업성이 있었다면 철수 결정을 했을 까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더구나 우드사이드가 10일(현지시각) 세네갈 해상 상고마르 심해 유전에서 첫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이라던 우리 정부의 발표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미국 액트지오사의 대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 박종민 기자
 
액트지오사가 선정되는 과정에 3개 업체가 참여해 입찰 경쟁을 벌였고 기술 및 가격 평가로 액트지오사를 선정했다고 했지만 정부는 나머지 경쟁 업체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액트지오를 비롯한 이번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의문 제기가 계속되자 정부는 이미 공개됐던 자료들까지 비공개로 전환했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7월에 첫 탐사 시추 위치를 결정하고 12월에는 시추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석유 공사는 각종 의문에도 엑트지오에 대한 신뢰와 프로젝트 강행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고 복수의 외국 기업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통령 실과 정부 여당은 국가적 경사에 재를 뿌린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 천억 원을 쏟아붓고 전 국민을 희망에 부풀게 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 실패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다.


 
대통령실이 동해 유전탐사 건을 관련 부처 및 석유 공사와 세밀한 조율 과정 없이 급하게 공표한 데는 지지율 반등이 시급했기 때문일 거란 짐작도 일리가 있다.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대목 들에 대해 충분한 해명과 납득 과정이 이뤄지고 난 뒤에 유전 시추 일정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대통령 실과 정부 여당에게는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보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더 급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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