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교수들에 돈 쥐어주니…'불법과외'에 '심사'까지 봐줬다

브로커와 음대교수들의 조직적 입시비리
교수들이 돈 받고 '불법 과외'
심지어 대입 심사에 참여해 고점 줘 합격시켜
합격 후에도 '제자 삼아달라'며 부모들이 돈 건네
전문가는 "비리 없을 수 없는 구조" 진단

스마트이미지 제공

서울 주요 음악대학 입시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입시 비리를 저지른 입시 브로커와 음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브로커와 교수들이 수험생에게 돈을 받고 불법 과외를 했고, 심지어 일부 교수는 대입 심사에 참여해 자신의 과외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줘 합격 시켰다.

음대 입시에서 절대적 존재로 통하는 교수들에게 돈을 쥐어주니 불법 과외에 점수까지 준 것이다.

돈에 양심 판 교수들…과외 해주고 심사도 봐주고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등 4개 대학 음대에서 입시 비리가 적발됐다.

입시 브로커의 제안을 받은 교수들은 입시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챙겼다. 불법 과외를 한 교수만 13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입시브로커 A씨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서울 강남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한 뒤 입시생 30여 명을 대상으로 불법 과외교습소를 열었다. 대학교수 B씨 등 13명은 해당 불법 과외교습소에서 불법 과외를 진행했고, 그렇게 총 244회에 걸쳐 1억 3천만원의 과외비를 챙겼다.

과외비는 1회에 40~60만원에 달했고 최대 70만원짜리 과외도 있었다. 과외는 철저히 일 대 일로 이뤄졌다. 과외를 받는 학생들끼리 서로를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불법 과외 교수와 학생이 주고 받은 메시지를 보면 교수는 '앞 학생 가고나면 부를테니 휴게실 쪽. 서로 안 부딪히면 좋을 듯~^^'이라고 말한다. 학생은 41만원을 송금하며 '요기욥!(여기요)'이라고 말한다. 입시브로커는 학부모에게 세부 금액을 말하며 돈을 요구했고 학부모는 '네 선생님~^^'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불법 과외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판을 쳤다.

더 큰 문제는 교수 5명이 실제 입시 과정에 참여해 불법 과외를 받은 입시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교수 B씨는 실제 숙명여대 음대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을 평가했다. B씨를 포함해 총 5명의 교수가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했다. 비대면 심사(블라인드 심사)의 경우에는 연습곡 이름, 발성,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수험생을 파악해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주요 대학 음대 입시 비리를 수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5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교수와 입시 브로커, 학부모 등 17명을 검찰에 넘겼다.

특히 교수 B씨는 수험생 2명에 대해선 입시 당일까지 불법 과외를 했고, 해당 2명의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자 이들의 부모로부터 금품과 명품 가방을 받아 챙겼다. B씨는 지난달 구속됐다.

교수 영향력 절대적인 음대…입시비리에 학생들은 분노

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피의자는 브로커와 교수이며, 대학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찰은 음대 입시 과정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들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앞서 교수 B씨에게 금품을 건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부모는 서울대 성악과 교수 C씨에게 '자신의 자녀를 제자로 삼아달라'며 브로커를 통해 금품을 건넸다. C씨 역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대학 신입생이 유명세 있는 교수의 제자가 되는 것은 대학 졸업 후 성악계 활동에 스승의 후광을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교수들이 과외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형사 처벌 수위가 약하기에 그냥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교육부에 불법 과외 시 심사위원 자격 제한 등의 행정제재를 고민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과외를 해도) 벌금 내고 형사처벌을 받으면 끝"이라며 "그래서 교육부 차원의 행정제재 방법을 고민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학원법을 위반한 교수에 대해서는 향후 몇 년간 대학 심사위원이나 각종 콩쿠르 위원으로 가지 못하게 하거나 명단을 관리해 달라고 의견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전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경희대학교 성악과 학생 A씨는 "교수한테 레슨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입시를 치룬 입장에서 억울하다"면서도 "예체능은 공교육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사적으로 레슨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힘들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더 많이 투자하는지에 따라 실력이 갈리는 것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막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같은 음대생인 B씨도 "교수들에게 교습을 받으면 안되지만 교수 인력이 제한됐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 그런 선생님들에게 배우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고 현실을 말했다.

한국성악가협회 김상곤 이사장은 "몇몇 대학교의 경우에는 심사위원으로 발탁됐다는 통보가 사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심사에 참여하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며 "정부 산하 기관에 교수들을 모아 불러 무작위로 대학교에 추첨식으로 면접관을 배정하지 않는 이상 입시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일부 교수들의 범죄로 피해를 입은 학교들은 현재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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