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들이 음대 입시생들에게 불법 성악 과외를 진행하고, 서울대와 숙명여대, 경희대 등 서울의 4개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과외 수강생들에게 '심사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수강생 가운데 일부는 이런 심사 특혜를 받아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들은 불법 과외 1회 당 많게는 50만 원을 챙겼으며, 일부는 합격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명품 가방을 받기도 했다. 입시 심사에 임할 땐 '과외 사실이 없으며 아는 응시자도 없다'는 서약서에 거짓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5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시 브로커 A씨와 현직 대학교수 B씨 등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에 연루된 교수 13명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불법 성악 과외(마스터클래스) 교습을 통해 수험생들로부터 총 1억 3천만 원 상당의 교습비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 가운데 5명은 서울 4개 대학의 입시 심사위원으로 직접 참여해 자신의 과외 수업을 받은 학생들을 평가함으로써 각 대학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이 입수한 실기평가표를 보면 70~80점대 평가가 주를 이루고 결격 평가도 이뤄진 학생에 대해 비리 교수들은 '90점'이라는 고점을 부여했다.
교수들은 심사 전 '과외 교습을 하지 않았다'는 허위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심사는 '블라인드 테스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연습곡명과 참가자들의 발성, 목소리, 미리 파악한 조 배정 순번 등을 통해 불법 과외 수강생들을 알아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일부 학생들은 입시에 성공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현직 대학교수 B씨는 학부모 2명에게 현금과 명품 가방 등을 건네받은 혐의도 있다. 입시 당일까지 이뤄진 B씨의 집중 과외 후 학생이 명문대에 합격하자 B씨에게 이 같은 금품을 건넨 학부모들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송치됐다.
학생과 교수들의 연결고리이자 이번 음대 입시비리 사건의 중심이었던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한 입시 브로커 A씨는 서울 강남 일대 음악 연습실에서 대학 입시 수험생들을 상대로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하며 679차례 불법 과외교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제공한 불법 과외를 수강했던 수험생들은 30여 명에 달하고, A씨는 학원비 명목으로 수험생들에게 최대 70만 원까지 수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수업 전 목을 풀어주겠다며 발성비 명목으로 수험생 한 명당 7~12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대학 입시 심사위원직을 맡을 만한 대학교수들에게 개별 접촉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입시가 임박했을 때는 교수들에게 수강생들의 지원 대학,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 등을 알려 입시 비리 청탁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험생은 발성비, 교수 레슨비, 반주비, 연습실 대관료까지 지급하는 구조로 이른바 돈 있는 집안에서나 가능한 고액 과외교습"이라며 "교원의 과외교습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입시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입학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수험생 및 학부모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