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북한의 3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곧 바로 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이 전날인 8일 밤 대남풍선을 날리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날 오전 NSC 상임위 확대회의를 열고 확성기 방송재개를 결정한 뒤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자 북한은 밤 9시 넘어 오물풍선을 또 남쪽으로 날리는 것으로 맞대응을 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미 지난 주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는 부대 훈련,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진행했다. 기동형 확성기와 고정형 확성기 모두가 포함됐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는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시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과 확성기 방송을 막는 제약도 없애 버린 바 있다.
사실 북한의 이번 3차 오물풍선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있었던 것에 비해 효율이 떨어졌다. 북한이 상공에 띄운 것으로 식별된 330 개중 80여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남쪽으로 보내려고 한 풍선 10개 중 2,3개만이 수도권 이북 우리 지역에 떨어진 셈이다. 내용물도 폐지와 비닐 등으로 위해 물질은 없었고 거름 종류의 오물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하고 바로 실행에 나선 것이다. "오물풍선의 내용물이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대응"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북확성기 방송재개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의 확성기 중단 합의 이후 6년만이다. 이번 확성기 방송 내용은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방송은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로 시작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확성기방송의 재개이유, 북한의 핵개발과 북·러 군사협력을 비판한 IAEA 이사회 소식, 삼성전자 휴대폰 등 대한민국의 발전상, 애국가, 한반도 날씨와 북한 장 마당 물가 등의 소식을 다양하게 전했다.
국가안보실은 대북확성기 방송에 대해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게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군인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북심리전의 목적을 이처럼 분명히 한 만큼 북한 당국이 반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고출력 스피커를 이용한 대북확성기 방송은 10~30㎞까지 생생히 들려, 특히 북한 청년 군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방송을 마친 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밝혀, 향후 북한의 반응에 따라 추가 대북 방송 여부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합참의 이런 수위조절에도 북한은 밤 9시 이후 대남풍선을 또 날려 강 대 강의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이 우리 군의 심리전에 오물풍선과 대남 확성기 가동 수준에서 맞대응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긴장 국면의 조성 속에 그 이상의 대응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이 지난 달 25일에 나온 북한 국방성 김강일 부상의 담화이다.
김 부상은 당시 담화에서 한미의 공중정찰과 서해국경침범 등을 주장하며 "우리 최고 군사지도부는 군대에 이상과 같은 우리 국가주권에 대한 적들의 도발적인 행동에 공세적 대응을 가하라고 지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최고군사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오물풍선 이상의 "공세적 대응"이 준비되고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북한은 서부 전선에서 1발의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육상에서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서해 NLL 일대의 충돌 가능성이 더욱 우려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들어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는 정부의 대북확성기 방송재개가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남북 고위급 대화로 이어져 북한이 지뢰도발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로 설정한 지금은 그 때와 크게 다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토대로 훨씬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의원은 이날 정부의 대북확성기 방송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며 "북한의 경고와 협박, 공갈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한국이 반격할 경우 핵·미사일로 서울을 타격하겠다고 했을 경우" 등의 상황에도 대비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