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알뜰폰…순증 규모 넉달만에 '5분의 1' 급감

1월 7만→5월 1만건대…82% 급감
알뜰폰 무기 '가격 경쟁력' 약화
금융권 통신 시장 지출도 '부담'

알뜰폰 업계 상황이 '사면초가'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순증 가입자 수가 넉달 만에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 출시, 금융권 알뜰폰 진출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알뜰폰 업계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알뜰폰 순증 규모 1월 7만→5월 1만건대…82% 급감


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 순증 가입자 수는 1만 4451건으로 전월 대비 28.3% 감소했다. SK텔레콤에서는 5041건, KT에서는 1만743건이 알뜰폰으로 갈아탔고, LG유플러스에서는 오히려 알뜰폰에서 1333건 회선이 넘어왔다.

올 들어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7만8060건이었던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회선은 2월 6만5245건, 3월 4만5371건, 4월 2만158건에서 지난 5월 1만건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순증 규모는 82%나 급감했다.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이 2만건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말 이후 처음이다.

알뜰폰 순증 규모 급감 원인은 '가격 경쟁력 약화'에 기인한다. 알뜰폰은 그간 5G 요금제를 월 1만~2만원대에 이용할 수 '가성비'가 무기였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3사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면서 통신 3사는 지난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를 줄줄이 출시한 데 이어 최근 2만원대 요금제까지 내놨다.

6GB(기가바이트) 5G 요금제를 SK텔레콤은 2만7천원, LG유플러스는 2만6천원에 공급하고 있다. KT는 월 3만원에 5GB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가족 결합과 가입 연수 기준을 충족하면 월 1만원대 이용도 가능하다.

전환지원금 제도도 알뜰폰 업계엔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는 통신사 간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령을 고쳤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지난 3월부터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정부, 알뜰폰 안전망 없이 각종 정책 추진으로 고사 직전"


금융권의 통신 시장 진출도 기존 알뜰폰 업계에는 부담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은 보이스피싱 예방에 특화한 요금제 2종을 이달 초 출시했다. 이 통신 상품은 등록한 번호의 스마트폰이 통화 중인 경우 KB국민은행의 자동화기기(ATM) 거래를 자동으로 제한한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을 1천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70%까지 보상해주는 보험도 지원한다.

제4 이동통신사인 스테이지엑스의 등장도 알뜰폰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내년 상반기 통신 서비스 상용화가 목표다. 지난 2월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공언한 만큼 가격 경쟁력이 무기였던 알뜰폰과도 고객 유치를 두고 다툴 여지가 크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관련 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알뜰폰 업계가 산업을 촉진하고 장려할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통법 폐지, 금융권 알뜰폰 진출, 제4이동통신 진입까지 열어주면서 알뜰폰 업계는 고사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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