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높은 완성도를 구현한 뮤직비디오에 열광하는 한편, 두 곡 뮤직비디오 테마를 '금쪽이 외계인'과 '신비로운 인외 존재'로 바라보고 전체적인 주제와 장면을 두고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CBS노컷뉴스는 에스파의 정규 1집 '아마겟돈' 비주얼과 세계관과 관련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서면 인터뷰했다. 지난 6일 이루어진 이번 인터뷰는 에스파가 소속된 1센터 원 프로덕션(ONE Production) 크리에이티브 비주얼(Creative Visual)과 뮤직비디오 담당자가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4월 22일 에스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마겟돈' 인트로 영상이 올라오며 이번 앨범 프로모션이 시작됐습니다. '아마겟돈' 콘텐츠에서 계속 등장하는 원형의 로고가 마치 잎맥처럼 나타나 있고, 마지막 에스파 로고가 흐르는 물처럼 표현돼 있는데 의미나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비주얼 담당자 : 인트로 영상에서부터 등장하는 미스터리 서클 형상의 심볼은 '슈퍼노바' '아마겟돈' 두 타이틀곡과 앨범을 아우르는 상징으로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본래 미스터리 서클이 외계의 존재를 상징하듯 아마겟돈 심볼 또한 세계관 시즌 2의 메인 요소인 다른 우주의 존재를 암시하며, 인트로 영상에서는 이를 지형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표현했습니다. 자연의 요소들이 우연히 미스터리 서클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자 늪에 물이 흘러 형태를 형성하도록 했고, 이때 늪은 아마겟돈 뮤직비디오의 일부 공간과도 연결되도록 제작했습니다.
이번 에스파의 로고는 미스터리 서클이 보여준 자연적인 요소의 연장선으로 '물'이라는 요소가 지닌 '끝없이 변화'하고 '서로 연결'되는 특징을 가진 유기적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이라는 존재는 예로부터 다양한 신화에서 우주의 근원적인 요소 혹은 만물의 원천이 되는 기원적 상징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규 1집 앨범은 '나는 나만이 정의한다'(Only I can define myself)라는 에스파의 메시지를 앨범 전체에 관철하여 지금까지의 에스파가 가진 정체성을 확고하게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세계관 시즌2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 속 끝없이 변화할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에스파를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뮤직비디오 담당자 : '아마겟돈 런치 코드'는 카리나의 신호에 맞춰 깨어난 멤버들이 각자의 선을 그리고 빛의 선들이 하나로 합쳐져 아마겟돈 심볼을 완성시키는 영상입니다. 에스파 정규 1집 '아마겟돈'의 프로모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이면서 동시에 에스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포부를 지닌 영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런치 코드'에 등장한 능력들은 에스파의 강력한 존재감을 비주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으며 이후 이어질 프로모션들의 약간의 힌트를 주는 정도로 제작했습니다.
아마겟돈 심볼이 완성된 순간 에스파는 '슈퍼 빙'(Super Being)한 상태로 각성하게 되고(윈터 쿠키 영상) 추후 '슈퍼노바'의 티징 영상과 이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프로모션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이번 시즌으로 세계관이 '다중우주'로 확장된 만큼, 여러분이 보시는 에스파는 우리가 아는 에스파일 수도 있고, 다른 우주의 에스파일 수도 있습니다. 에스파만이 에스파를 정의할 수 있을 테니까요.
3. '아마겟돈 파인드 디 어센틱'(Armageddon Find The Authentic) 영상 시리즈를 기이하고 조금은 오싹한 분위기로 연출한 이유가 있나요?
크리에이티브 비주얼 담당자 : 새로운 세계(다중 우주)의 발견으로 '나'와 내 주변의 존재, 리얼 월드의 진위성에 대한 혼란과 의심을 극대화하는 데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연출을 위해 '오브젝트 트래킹'(Object Tracking)이나 AI 생성형 이미지 등의 특징을 차용하였고, 리미널 스페이스가 지닌 익숙하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로케이션에서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4. '슈퍼노바' 뮤직비디오를 보고 팬들은 '엉뚱한 금쪽이 외계인'이라고 해석했는데, 회사의 밑그림은 어땠나요? 또 어떤 점을 바탕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설정했나요?
뮤직비디오 담당자 : '슈퍼빙'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중우주를 오갈 수 있는 위트 있고 쿨한 캐릭터를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일종의 Z세대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를 구한다'는 큰 목적보다 쓸데없는 곳에 자신의 능력을 진심으로 사용하는 인물이며, 외계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존재들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차를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카리나의 경우 아름다운 자신에게 푹 빠져있는 공주병 말기의 헤라클레스로 설정하여 사이드미러를 가볍게 뽑아 자신의 손거울처럼 사용하거나 차 위로 뚝 떨어져도 웃고 마는 컷들을 위트 있게 그렸습니다. 이처럼 뮤직비디오의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의 설정을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5. 시청자가 '슈퍼노바' 뮤직비디오에서 '알아봐 주길' 바랐던 부분이 있나요?
뮤직비디오 담당자 : 에스파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적극 사용함과 동시에 신기술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온 그룹입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AI는 가상의 정보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실재가 되어 진정한 '존재'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유하게 합니다.
'슈퍼노바' 뮤직비디오를 통해 진짜 에스파는 누구인지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이를 찾아주기를 바랐습니다. 영상 중간 베리파잉 이미지(Verifying image)를 통해 본인이 AI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영상 후반부에는 AI로 제작된 에스파의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다중 우주 속 에스파의 존재론적인 고민을 함께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6. '슈퍼노바' 뮤직비디오 후반부에 멤버들의 입만 움직이도록 AI 기술이 쓰였는데, 이 장면을 넣은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우려되는 부분은 없었나요?
뮤직비디오 담당자 : 위 질문과 이어지는 내용인데, '슈퍼노바' 뮤직비디오는 본질적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상으로 진정한 내가 누구이고, 이 세계가 진짜인지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영상입니다. 속도감 있게 설계된 이미지들을 따라오던 사람들은 AI 이미지화된 에스파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시청자들은 순간적으로 이질감을 느끼면서 '이 에스파는 진짜 에스파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실제 AI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된 영상이며 에스파로서는 새롭게 시도하는 방식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슈퍼노바' 뮤직비디오에 반드시 필요한 시퀀스라 생각하여 의도 전달이 정확하게 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잡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뮤직비디오 담당자 : 처음부터 끝까지 '에스파스럽지만 에스파스럽지 않음'을 가져가고자 노력했습니다. 더블 타이틀 중 선공개된 '슈퍼노바'가 에스파의 완벽히 새로운 모습, 트렌디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맛을 보여줬다면 '아마겟돈'은 소위 말하는 에스파 '쇠맛'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대중들이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콘셉트적 미학을 보여줘야 했는데요.
진정한 '나'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초월적 존재가 된 에스파의 비주얼을 극한으로 표현하면서, 정규 1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상인 만큼 에스파라는 팀의 결속과 동료애를 보여주면서 세계관의 색채를 강화하는 영상으로 제작하고자 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에스파스러운 주제를 에스파스럽지 않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하면서 중심을 잡고 진행하였습니다.
8. '아마겟돈' 뮤직비디오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3개쯤 본 것 같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에 관한 호평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가장 애쓴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뮤직비디오 담당자 : 수많은 전문가와 정확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다양한 아트웍들이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계속 잡았고, 뮤직비디오 연출 프로덕션과 기획 단계부터 편집 과정까지 밀접하게 소통하며 비주얼의 줄기를 맞춰간 것 같습니다.
특히 신경 썼던 부분은 '슈퍼빙'한 상태로 각성한 에스파의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공포스러운 존재로 비춰질 수 있도록 '코즈믹 호러'라는 생소한 장르를 접목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극강의 비주얼을 표현하기 위해 아티스트의 스타일링부터 촬영과 조명, CG에 이르기까지 긴 논의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이 애써 주셔서 최적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뮤직비디오 담당자 : '아마겟돈'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강렬함, 강인함을 담으려 했고, 곡 전반적인 서사와 기승전결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사운드의 질감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여 다소 특이한 동작을 적극 활용하여 음악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곡의 후렴구인 'Done~~'에 손과 팔을 천천히 위로 뻗는 동작 그리고 'Aw wayo wayo'의 손가락과 체스트 웨이브 동작은 가사의 음절과 사운드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포인트 안무 구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 '롱 챗'(Long Chat)(#♥) '리코리쉬'(Licorice) '리브 마이 라이프'(Live My Life) 트랙 비디오를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 가운데 이 세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 트랙 비디오의 매력 포인트도 함께 설명해 주세요.
뮤직비디오 담당자 : 트랙 비디오의 경우 다중 우주 그 어딘가에 살고 있는 서로 다른 에스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록곡 선정부터 프로덕션 내부 회의를 굉장히 많이 진행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3곡은 음악 장르부터 가사의 콘셉트까지 모두 달라서 다중 우주 속 서로 다른 세계의 에스파를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곡마다 영상 담당자를 다르게 하여 영상이 아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기획적으로 배치하였습니다.
'롱 챗'은 하늘에서 떨어진 팝콘을 연구하는 괴짜 연구원을 귀엽고 엉뚱하게 표현하였고, '리코리쉬'는 '민트초코' 괴물과 싸우는 네 명의 에스파를 전대물의 장르를 차용하여 콘셉츄얼하게 제작하였고, 마지막으로 '리브 마이 라이프'는 밴드 에스파가 직접 제작하는 뮤직비디오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가볍고 자유롭게 풀어냈습니다. 메인 타이틀 곡에서 보지 못한 에스파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취향에 맞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