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밀양 여중생은 원치 않는 대리 응징? 어떻게 볼 것인가"

직접 가해자 44명, 간접도 75명…처벌은 '0명'
가해자 부모부터 경찰, 검찰까지 2차 가해
유튜브 채널서 가해자 신상공개…찬반 논란
국민 공분 대변 vs 불법 사적제재, 돈벌이 수단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다룰 사건, 이번 주에 정말 핫했던 사건이죠.
 
◆ 손수호> 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입니다.
 
◇ 김현정> 꽤 된 사건인데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공분하고 있습니다.
 
◆ 손수호> 2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잖아요. 이후에 한공주, 시그널을 비롯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그때 한때 관심을 좀 모으기도 했는데요. 중간중간에. 최근 한 유튜버가 이 사건을 다루면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때 가해자가 우연히 목격되면서 이게 불거진 거죠?
 
◆ 손수호> 맞습니다. 어떤 유튜버가 제보를 받았는데요. 백종원 씨가 전국에 식당을 다니면서 음식 맛보는 영상이 있는데요. 2년 전 영상에 밀양 사건 가해자 중에 1명이 그 식당 직원으로 출연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죠.
 
◇ 김현정> 그러니까 유튜브에 2년 전에 출연한 게 어떻게 지금 알려졌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요. 그 유튜버는요. 그 직원의 신상을 공개한 걸 넘어서 이어서 1명을 더 공개했고요. 또 다른 유튜버가 1명의 신상을 더 공개했거든요. 지금까지 3명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 김현정> 궁금해 하던 분들조차도 그런데 이렇게 막 공개해도 되는 거야? 이런 생각했었거든요.
 
가해자들 폭로하는 유튜브 콘텐츠 일부

◆ 손수호> 사실 실제 가해자라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죠.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이 문제는 뒤에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밀양 여중생 사건. 이게 어떤 내용인지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죠.
 
◆ 손수호> 2003년 6월 울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A양이 실수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이때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밀양에 있는 고등학교 2학년 김 모군이었는데요. 전화를 바로 끊지 않고 대화를 하다가 온라인 채팅으로 넘어갔습니다.
 
◇ 김현정> 온라인 채팅으로.
 
◆ 손수호> 네.
 
◇ 김현정> 그게 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겁니까?
 
◆ 손수호> 네, 당시 김 군이 밀양연합에 속해 있었는데요.
 
◇ 김현정> 이러면 보통 비행청소년들 모임이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 유명한 만화에 인천연합, 이런 것들이 나오기도 했었죠. 밀양연합은 실제로 밀양 지역 비행청소년 일진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김 군은 A양과 채팅하면서 A양의 친동생에게 그 모임의 두목급인 박 모군을 소개해 줄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난 2004년 1월 범행을 계획한 김 군 일당이 A양에게 밀양으로 놀러오라고 했고요. A양이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밀양으로 왔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성폭행을 당했던 건가요?
 
◆ 손수호> 네, 밀양에 있는 한 여인숙에 끌고 가서 둔기로 폭행하고 집단으로 성폭행을 했고요. 또 그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위협도 했고요. 그리고 첫 범행 후 11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서 A양을 불러내서 때리고 성폭행하고 촬영했습니다.
 
◇ 김현정> 촬영한 내용이 있으니까 그걸 가지고 또 협박해서 집단 성폭행하고 집단 성폭행하고 그렇게 수개월, 11개월이 지난 건데 참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 CBS 기사에 따르면 더 추악한 범행도 있었는데 너무 자세히는 전하지 않겠고요. 이렇게 범행이 이어지면서 집단 강간에 가담한 인원이 계속 늘어났어요. 그리고 A양의 여동생, 또 사촌 언니를 불러내서 때리고 금품을 빼앗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 김현정> 신고 못 한 건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영상으로 협박했기 때문일 거고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학교에 또 전화해서 다 알리겠다, 이런 협박도 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당시 인터넷에 영상이 공개되면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1년 가까이 수십 명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도 신고를 못 했습니다. 그리고요. 가족들에게서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 김현정> A양 가족 도움은 왜 어려웠습니까?
 
◆ 손수호> A양의 아버지가 알코올 의존증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고요.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사건 벌어지기 얼마 전에 이혼을 하고 따로 나가 살았습니다. 그 뒤로 아버지의 폭행이 A양에게 집중됐거든요. 그러다 보니 A양이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러다가 어떻게 드러난 거죠? 세상에.
 
◆ 손수호> 한참 지난 2004년 12월입니다. 벌써 11개월 동안 당한 거죠. 우연히 A양을 만난 이모가 뭔가 이상한 거를 느껴서 대화를 하다가.
 
◇ 김현정> 이모가.
 
◆ 손수호> 네, 범죄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A양의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가서 신고를 했는데요. 사실 범행 수법이 너무 노골적이었고 또 밀양이 크지 않고 좁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찰이 며칠 만에 가해자 대부분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A양 외에도 인근의 여중생, 여고생 등 총 5명이 이들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김현정> 가해자가 무려 44명이었던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직접적인 행위를 한 게 44명이고요. 망을 보거나 범행을 촬영하면서 가담한 사람도 무려 75명이에요.
 
◇ 김현정> 합하면 그럼 100명이 넘어가요?
 
◆ 손수호> 네, 120명에 가까운 거죠. 그런데 직접 성폭행을 한 44명 외에는 모두 훈방 조치됐습니다.
 
◇ 김현정> 이게 지금 진짜 와 소리가 날 정도로 끔찍한 성폭행 사건인데 어떻게 이게 그냥 이렇게 훈방 조치가 됐습니까?
 
◆ 손수호> 그리고요. 그 44명에 대한 조치도 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13명은 피해자 A양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합의해 줘가지고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났어요.
 
◇ 김현정> 돈 주고 합의해 주면 이런 사건도 끝이 납니까?
 
◆ 손수호>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강간죄, 강제추행죄가 친고죄였기 때문이죠.
 
◇ 김현정> 친고죄라면 고소를 해야 처벌 가능한 거죠? 당사자가.
 
◆ 손수호> 그리고 일단 고소했다 하더라도 합의가 이루어져서 고소를 취소, 취하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되는데요. 당시 13명의 피해자가 합의했기 때문에 이렇게 종결이 됐고요. 그리고 이 합의 관련해서도 잠시 후에 다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부분들이 있어서요. 그리고 나머지 31명 중에서도 20명은 소년부로 송치됐고 또 1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돼서 다른 청으로 송치가 됐거든요. 검찰이 이 사건으로 기소한 건 10명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 10명만 처벌을 받은 겁니까?
 
◆ 손수호> 그것도 아닙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당시 법원은 이렇게 봤는데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진학이나 취업이 결정된 상태였고 또 청소년들이 성적 호기심이나 충동적인 집단 심리로 저지른 우발적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을 참작해서 소년부로 보냈습니다.
 
◇ 김현정> 소년부로 보낸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였죠?
 
◆ 손수호> 소년법에 의해서 형사처벌 대신에 보호 처분을 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소년부 판사가 수강 명령, 사회봉사 명령, 소년원 송치 처분 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형사처벌 대신에 교화를 위한 처분인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1명 외에는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없는 거예요.
 
경찰에 잡혀온 사건당사자들/MBC보도 캡쳐

◇ 김현정> 그렇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사건인데 피해자 5명, 11개월 동안 수십 명에게 성폭행. 그런데도 아무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에 공분이 상당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더 화나는 일이 있습니다. A양은 수사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피해를 입었어요. 경찰에 신고한 A양의 어머니가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여러 차례 경찰에 부탁했고 경찰도 알겠다고 했습니다만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손수호> 우선 조사 시에 여성 경찰이 동석을 해야 하고 A양도 요구를 했습니다만 경찰이 이걸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경찰서에 범인 식별실이 따로 있었는데요. 공간이.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조사실 안에서 서로 마주 본 상태로 앉힌 다음에 지목을 하게 만든 거예요. 다 공개가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수사 시작 직후에 가해자 가족들이 A양을 둘러싸고 어디 제대로 사나 보자, 몸조심해라.
 
◇ 김현정> 협박했군요.
 
◆ 손수호> 이런 위협까지 가했습니다.
 
◇ 김현정> 경찰이 너무 무관심했네. 물론 20년 전 일입니다만 너무 무관심했네요.
 
◆ 손수호> 그런데요. 이렇게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걸 넘어서 경찰이 직접 가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손수호> 한 경찰관의 일인데요. A양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밀양 애도 아닌 게 왜 여기 와서 밀양 물을 흐리냐. 먼저 꼬리친 거 아니냐? 이런 발언을 했고요. 심지어 놀랍게도 노래방 도우미에게 이 A양의 실명을 말하면서 그 A양이랑 너랑 똑같이 생겨서 밥맛 떨어진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 김현정> 경찰이 노래방 놀러 갔다가 도우미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요?
 
◆ 손수호> 이 말을 들은 노래방 도우미가 제보를 했어요. 결국 법원이 이 해당 경찰관 그리고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렸습니다.
 
◇ 김현정> 판결을 내린. 이러다 보니까 이게 참 믿을 수가 없다. 너무 충격적이다. 화가 난다 이랬던 건데 그 당시에 또 다른 일도 있었습니까?
 
◆ 손수호> 네, 검찰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A양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생이랑 짜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물었고요. 그리고 또 다른 일 때문에 밀양에 간 적이 있다는 거를 언급하면서 나 같으면 한 번 당한 다음에 밀양 쪽은 쳐다보기도 싫었을 것 같은데 왜 어떻게 또 갔냐? 이렇게 물었는데요. 물론 수사를 철저히 하고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 그 끔찍한 성범죄를 당한 이런 어린 피해자에게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었죠.
 
◇ 김현정> 수사상 필요한 질문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니까.
 
◆ 손수호>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참 A양 가족들은 결국 쫓겨나다시피 서울로 이사를 했다면서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특히 2005년 당시에 밀양 성폭행 상담소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했고 이게 보도가 됐는데 당시 이 사건의 책임이 여자에게 있다는 응답이 무려 64%였습니다. 뭐, 이런 정서 또 분위기 속에서 A양의 신상과 얼굴까지 다 공개되었기 때문에 그냥 머물러 있기는 힘들었겠죠.
 
◇ 김현정> 그래서 밀양 떠나서 서울에 와가지고는 잘 정착했습니까?
 
◆ 손수호>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심각한 우울증세 그리고 또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고요. 여러 차례 자살 시도까지 했어요. 결국 가족들이 A양을 폐쇄 병동에 입원시켰는데요.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때 A양의 아버지가 고모와 고모부를 대동하고 가해자 부모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 김현정> 가해자와 함께 병원을 왔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 손수호> A양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때리면서 힘들게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 김현정> 아까 아버지가.
 
◆ 손수호> 아버지가. 사건 발생 후 서울로 이사할 때도 아무런 도움을 안 줬어요.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와가지고 A양을 퇴원시키더니 합의를 강요했습니다. 이 병원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당시 규정상. 아버지가 데려간다고 하니까. 그래서 A양은 5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몇몇 가해자와 합의를 했습니다. 선처를 구한다는 탄원서까지 써줬거든요. 그런데 그 합의금 5000만 원 A양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어디로 갔어요? 그 돈은.
 
◆ 손수호> A양 어머니에 따르면 고모 등 친척들이 합의를 주도하더니 합의금을 두고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나눠서 가져갔다. A양은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요. 억지로 합의했더니 돈은 또 어른들이 가져가버리고 크게 좌절하고 가출을 했습니다. 당시 실종됐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다행히 어머니를 다시 만났고요. 어머니가 소송을 통해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 후에 함께 서울에 정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서울에 다시 정착해서는 좀 평범하게 살았어요?
 
◆ 손수호>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 가려고 했지만 학교마다 빈자리가 없다면서 전학을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 김현정> 전학을 받아주질 않았어요?
 
◆ 손수호> 당시 전학을 거절한 한 고등학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받아주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애들을 받아주기는 좀 그렇지 않았냐. 그래서 한참을 학교도 못 가다가 도움을 준 사람들 덕분에 겨우 전학을 가긴 했습니다.
 
◇ 김현정> 참 사회가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뭔가 싶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참 이게 너무 불쌍한 일인데요. 학교를 간 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들이 학교로 찾아왔어요.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탄원서 써 달라고.
 
◇ 김현정> 탄원서 써 달라? 지금 처벌받은 사람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또 찾아와서?
 
◆ 손수호> 그래서 수시로 찾아와가지고 부모들을 피해서 A양이 화장실에 숨어 있는 등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거든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고요. 당시 A양 어머니에 따르면 새벽이고 밤이고 집에도 찾아왔대요. 합의서 써달라고.
 
◇ 김현정> 합의서 써달라고.
 
◆ 손수호> 그래서 주위에서 그냥 써주고 끝내라는 식으로 말을 했기 때문에 A양이 너무 괴로워하다가 결국 써줬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게 1980년대, 70년대 일이 아니라 2000년대 일이라는 게 놀라워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사실 수사하던 경찰이 여러 가지 잘못을 해서 손해배상금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게 국가든 가해자든 받은 돈의 실질적으로, 실제로 받은 돈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살 곳을 구하긴 했는데 그 후에 어머니마저 몸이 불편해서 일을 할 수 없게 됐어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고요.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학업도 중단한 A양, 연고 없는 서울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크게 됩니다.
 
◇ 김현정> 바로 이 사건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인데 다시 이 사건이 20년 만에 주목받은 이유는 아까 어떤 유튜브 때문이라고 그랬잖아요.
 
◆ 손수호> 네. 가해자 중 한명이 백종원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유명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피해자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도 없게 됐는데, 가해자는 버젓이 잘 살면서 결혼해서 딸을 아끼는 모습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이 크게 분노한거죠. 해당 식당의 리뷰에 비난 글들이 도배되더니, 급기야 그 식당이 농지에 세워진 불법 건축물이라는 주장까지 나왔고요, 결국 해당 식당은 철거됐습니다.
 
◇ 김현정> 그 식당도 잘한 것은 없지만, 뜻하지 않게 유탄을 맞게 됐네요.
 
◆ 손수호> 이 사실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이 이어서 또 한 명의 가해자 근황을 폭로했는데요. 개명까지 한 뒤에 수입차 전시장에서 딜러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영상이 알려지자 그 가해자는 본인의 SNS를 비공개로 돌리고 잠적했고요, 해당 회사는 그 직원을 해고조치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 김현정> 세 번째도 있었죠?
 
◆ 손수호> 다른 유튜버가 세 번째 가해자 근황을 폭로했는데, 처음 두 건을 공개한 유튜버는 이에 대해 '가해자 중 한 명인 것은 맞지만 세부 내용이 틀린 게 많다'고 지적하고 나선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많은 제보가 들어와서 주동자 44명의 신상을 전부 알고 있으며, 심지어 가해자들이 '나는 공개하지 말아 달라'며 다른 가해자들의 신상을 알려주고 있다고도 말했어요. 이 유튜버는 44명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고요.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공개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불이익을 주게 되잖아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 손수호> 당연히 안 됩니다. 사적 제재, 즉 사적인 개인이 다른 누군가를 개인적으로 처벌할 권리는 없고요, 그 대상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신상을 공개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소지가 큽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막대한 고통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이나 지원을 받지 못했고,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생활하고 있으니 국민 대다수가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있죠. 유튜버들이 그런 분노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불법이지만 한편으로는 박수를 받고 있는 건데요.
 
◇ 김현정> 그렇다고 이런 유튜버들을 용인해줄 수도 없잖아요.
 
◆ 손수호> 말씀드린 것처럼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게 하는 것 자체가 형법상 위배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를 퍼뜨릴 경우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우려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행위가 정말 피해자를 위하는 길인지도 따져봐야 하는데요. 지금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유튜버는 피해자의 가족들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가해자들을 공개했지만, 피해자 측에서는 전혀 허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다시 냈죠. 생각해보면, 지난 20년간 이 사건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유무형의 고통을 당해온 피해자가 이 사건이 또다시 화제가 되는 것을 원할지 의문이에요. 결국 이 유튜버가 사적제재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아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하고요.
 
◇ 김현정> 하지만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사건이었다 보니까 이렇게라도 바로잡고 싶은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손수호>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니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졌고, 그때마다 다시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미 우리 사법체계 아래에서 모든 절차가 다 끝난 사건인데요. 다시 수사하고, 재판을 해서 제대로 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여론 재판을 통해서라도 가해자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렇게 해봐야 '잘못하면 나중에라도 망신당하니까 조심하라'는 경고 외에는 사회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피해자에 대해 지금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이 더 유익하고, 더 나아가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지 않도록, 다시는 이렇게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세상을 활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 김현정> 탐정 손수호.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뤄봤습니다. 지금까지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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