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院) 구성 협상이 파행을 빚으면서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5일 결국 '반쪽'으로 열렸다. 원 구성 법정 시한은 오는 7일까지지만,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를 장악한 뒤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시추, 북한 오물풍선 등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정부 견제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의석수를 통해 입법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상임위 차원의 현안질의, 국정조사 등으로 투트랙 견제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헌정사 최초 野 단독 본회의 열려…여야, 7일까지 원 구성 협의
민주당 단독으로 이날 소집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인해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채 진행됐다. 집권 여당의 불참 속에 야당이 단독으로 개원을 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출신 우원식, 이학영 의원이 각각 국회의장,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자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를 내지 않았다.국민의힘은 원 구성에 대한 합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을 열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에 본회의는 성립할 수도 없고 적법하지도 않다"고 민주당을 비판한 후 본회의장을 나섰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원 구성 또한 적법한 절차 아래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절차적 과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국민의 뜻은 의장단을 선출하고 원 구성 시한에 맞춰 일하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의가 '정부 견제'라며 핵심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직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원장을 넘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양당은 법정 시한인 오는 7일까지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양당이 그동안 한 달 가까이 전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이틀 만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본회의 직후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 회담이 열리기도 했지만 추 원내대표 불참으로 불발됐다.
상임위서 '포항 석유·오물풍선' 이슈 대응…국회 견제 권한↑ 논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적극적인 견제에 나서기 위해서는 주요 상임위 확보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각 상임위를 통해 주요 현안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서고, 지난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아왔던 법사위를 가져옴으로써 입법 처리에 속도감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상임위를 챙기는 것은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도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정부를 대상으로 한 현안 질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필요시 국정조사까지 열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운영위의 경우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을 직접 견제할 수 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 차원의 대응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며 "현안질의, 국정조사를 통해 여론을 환기해서 입법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화제가 된 포항 영일만 석유 시추 발표, 북한 오물풍선 등 파급력 있는 이슈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는 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민주당은 22대 국회 원 구성이 이뤄지는 즉시 (석유 시추 관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나 유관 상임위를 가동할 것"이라며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에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물풍선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원 구성이 되면 국방위원회에서 긴급 현안질의와 현장방문을 추진할 것"이라고 엄포를 뒀다.
민주당은 전날에는 '삼권분립 정상화' 회의체를 구성해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국정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진술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행정부 견제를 위해 국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정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들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거나 허위 진술을 해도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았는데 국회에서 행정부에 대한 권한이 매우 약화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