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vs'反엔비디아'…갈리는 전선, 엇갈린 셈법[김수영의 돈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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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 대만대 체육관에서 컴퓨텍스(COMPUTEX) 기술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AI(인공지능) 가속기가 '대체재가 없는 AI 서비스의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몸값이 급등하면서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기업들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고 있지만 연대를 통해 '엔비디아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엔비디아의 독주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반(反)엔비디아' 움직임은 현실성이 있을지, 격변하고 있는 AI 공급망 움직임 속 우리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0.5억 GPU, 없어서 못 팔아…"차세대 기술 발전 물결 주도"


AI 가속기는 AI 작업을 가속화하는데 사용되는 하드웨어 장치입니다. 그래픽카드의 일종이지만 게임을 돌릴수는 없고, AI와 머신러닝 등에 특화됐습니다. 생성형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AI 가속기는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습니다.

AI 가속기는 GPU(그래픽처리장리)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여러개를 조립해서 만드는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경쟁사 제품 대비 성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점유율은 80%인데,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9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아시아 최대 IT전시회인 '컴퓨텍스(COMPUTEX) 2024' 기조 연설에서 "AI와 가속 컴퓨팅 분야의 혁신을 통해 우리는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차세대 기술 발전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며 곧 출시될 블랙웰(Blackwell) 플랫폼에 이어 2026년 '루빈(Rubin)'을 양산할 계획이라며 1년 주기로 새로운 반도체를 출시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 기업가치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TSMC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는 모양샙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 대만대 체육관에서 컴퓨텍스(COMPUTEX) 기술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독주 그만…非엔비디아, 反엔비디아 모여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계속되면서 경쟁사들의 '견제구'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는 엔비디아로 화력이 집중됐습니다.

AMD 리사수 CEO는 지난 3일 올 4분기 차세대 AI 가속기(인스팅트 MI325X) 출시 계획을 밝히며 자사 제품이 엔비디아 H200 대비 용량은 2배, 메모리 대역폭은 1.3배, 모델 사이즈는 2배 향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수 CEO는 이런 계획을 밝히면서 MS와 HP, 레노버 등 파트너사들을 무대 위로 불러 '반(反)엔비디아 동맹'의 세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인텔 펫 겔싱어 CEO는 4일 엔비디아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AI 가속기를 공급하겠다는 공격적인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겔싱어 CEO는 올 하반기 AI 프로세서 '루나 레이크'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인텔의 AI 가속기 '가우디 2'는 경쟁사 AI용 GPU 가격의 3분의 1, '가우디 3'는 경쟁사 GPU 가격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도 '반기'를 드는 모양샙니다.

제대로된 AI 서버를 구축하려면 AI 가속기가 수백대에서 수천대가 필요한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기본 5000만원이 넘는데다 주문하더라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섭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 AI 가속기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쿠다'와 전용 통신 규격인 'NV링크'를 통해서만 구동되다보니 빅테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난달 구글과 MS,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울트라 가속기 링크(Ultra Accelerator Link·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이라는 협력 조직을 결성하고 NV링크에 대하하는 새로운 기술 표준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진행된 '인텔 AI 서밋 서울 2024'에 참여한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은 "특정 기업의 AI 칩을 중심으로 독과점이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 자체 파이를 키우고 GPU 공급 사슬이 부르는 AI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독점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엔비디아 독점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삼성·SK "일단 엔비디아와 함께…하지만 다른 길도 모색"


엔비디아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가장 궁금한 건 '엔비디아가 시장지배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일 겁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입니다.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균열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칩 '블랙웰'을 공개한 직후 AI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JP모건도 "엔비디아가 경쟁사들보다 한 두 발짝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도 "가속 컴퓨팅에서 아직은 엔비디아의 대체재가 없다"며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차세대 칩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AMD 등도 차세대 칩 출시 계획을 밝혔지만 엔비디아 주사는 급등, AMD 주가는 급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PSR(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 천문학적이라며 "주가에 거품이 있다"(리서치 어필리에이츠의 롭 아르노 회장)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I 반도체 업체에 HBM 등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속내는 복잡해보입니다. AI 반도체 시장 '대세'인 엔비디아와 일단 협력하되, 또 다른 길도 함께 모색하는 모양샙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사실상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과의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하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모양샙니다.

젠슨 황 CEO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삼성전자 HBM의 엔비디아 인증 테스트 실패설'을 부인하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제공한 HBM 반도체를 검사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자사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이어가는 한편, HBM 대신 저전력 메모리인 'LPDDR'을 탑재한 자체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AMD가 출시할 AI 가속기에 자사 HBM을 탑재하는 등 '엔비디아 시대 너머'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엔비디아가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하나만 보고 갈수는 없는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당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AI 가속기에 대한 품귀 현상과 그에 대한 피로감이 분명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경쟁사들로 수요 일부가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고, 협력사들은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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