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자는 절대로 토론하지 않는다. 토론이, 제가 누리는 절대 권력을 갉아먹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불통과 독재, 그리고 입틀막이다."
조이엘 작가의 신작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퇴계 이황과 2년 차 초보 임금인 선조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어린 왕에게 퇴계는 '겸손한' 왕이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 충언을 쏟아낸 후, 생애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작가는 이를 따라가며 다양한 역사의 한 장면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준다.
작가는 이번에도 역사, 철학, 종교, 문학, 과학, 지리, 정치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퇴계 이황과 선조, 이괄, 허엽, 허난설헌, 광해군 등 역사의 언저리에서 그간 주목받지 못했거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오늘날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엮어낸다.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416쪽
'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는 판타지 문학의 거장 J.R.R. 톨킨과 C.S. 루이스의 우정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본다.
'호빗'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의 루이스는 1926년 옥스퍼드에서 처음 만난 이후 우정을 쌓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재능을 보인 톨킨과 폭넓은 독서 습관으로 문학적 기초를 닦은 루이스는 '잉클링스' 모임을 통해 문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대화로 이어지는 우정을 쌓는다.
저자는 선과 악의 대립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반영하며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은 톨킨과 기독교적 상징과 도덕적 교훈을 통해 용기와 희생, 우정의 가치를 전하는 루이스의 작품 세계를 파고들며 둘의 우정을 '아나키즘적 우정'으로 정의하고 그들의 작품이 권력과 소유를 거부하고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80쪽
기원전 1911~기원전 1830년 사이에 창작된 '시누헤 이야기'는 중왕국 시대(기원전 2055~기원전 1650년)에 이집트를 떠났다가 돌아온 시누헤라는 귀족의 삶을 다룬 이야기로, 서기관들이 파피루스와 석편에 새긴 작품이다.
이집트 성각문자의 매력에 빠져 미국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고대 서아시아 문명을 가르치는 옮긴이가 '시누헤 이야기'의 고대 이집트어 원전을 번역해 국내 처음 소개한다.
'시누헤 이야기'는 한 인물의 도주와 귀환을 당대의 문학기법을 총동원해 다채롭게 표현한 서사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왕들에 관한 연대기나 재산 목록 같이 도구적 기록이 아닌 그 자체로 고유한 플롯과 당대 독자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수사가 어우러진 문학작품이다.
구약성경의 결정적 사건인 출애굽 이전에 시리아-팔레스타인의 상황도 증언한다.
옮긴이는 원문 번역에 더해 고대 이집트 문명의 매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번역문의 5배에 달하는 주해를 풍부하게 실었다. 주석을 통해 당대의 시대상과 믿음, 인지명, 풍습, 종교관 등 고대 이집트를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유성환 옮김 | 휴머니스트 |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