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자 이미 반토막 내놓고…아예 없애겠단 尹정부

야당, '1주택자 종부세 완화' 추진에…대통령실·여당 '완전 폐지' 거론
尹 정부 추진 세제 개편으로 이미 주택분 납세 대상 66% 감소
'부자 감세' 논란 불가피…"보합하던 집값 급등 부추길 우려도"

연합뉴스

정치권과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폐지까지 염두에 둔 세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조짐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출범 직후 추진한 세제 완화로 이미 종부세 대상자는 절반 이상 줄었는데도 추가 손질하는 건 결국 '집부자 감세'라는 반발도 거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폐지·완화가 먼저 언급되는 종부세 논의는 정책적 명분도 없고 진정되던 부동산 시장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野 '1주택자 종부세 폐지'→尹·與 '전면 폐지'로 확대


4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종부세 추가 완화로 방향을 잡고 세제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논의에 군불을 뗀 건 야당이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적극 반응하면서 '폐지론'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언급,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달 30일 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에게 "민주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종부세 폐지·개편·완화 논의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혀 화답했고, 다음 날엔 대통령실 관계자발(發)로 "종부세 폐지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세제 개편 논의"까지 거론됐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종부세 개편방안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으로 종부세와 관련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되는 것은 맞다"는 의견을 밝힌 터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현행 최대 5%인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염두에 뒀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상 2003년 10월 우리 사회에 도입된 종부세제도를 폐지하는 건데,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단 점에서 추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세제완화로 종부세 대상 이미 절반 넘게 줄었는데…지금, 굳이 왜?


전문가 사이에서는 왜 하필 지금 우리 사회가 종부세 폐지론에 휘말려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 거품이 일부 빠진 데다 윤 정부 취임 이후 단행한 부동산 세제 완화로 종부세 수입은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지방재정 악화 문제도 불거져 오히려 완화 부작용이 두드러졌다.

국세청이 전날 발표한 2023년 귀속 주택분 종부세 납세대상은 40만 8천 명으로, 전년 119만 5천 명 대비 65.% 줄었다. 같은 기간 결정세액도 3조 3천억 원에서 9천억 원으로 무려 71.2% 감소했다.

1세대 1주택자 납세인원과 결정세액도 각각 11만 1천 명, 913억 원으로 2022년 대비 납세인원은 52.7%, 결정세액은 64.4% 줄었다.

윤 정부가 취임 두 달 만에 단행해 작년 하반기 시행된 세제 개편 영향인데,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직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고, 1주택자 기본공제금액도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해 면제 대상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또 0.6~3%로 적용되던 1주택자 기본세율을 0.5~2.7%로 낮추고, 다주택자 중과세율도 1.2~6%에서 0.5~5%로 하향했다. 이에 더해 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까지 인하되면서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세액이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지금 굳이 종부세 완화나 폐지를 거론할 유인이 없다는 의미다.

국세청 제공


"투기 수요 부추기고 시장 혼란 야기", "부자감세"…우려와 반발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을 지낸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정치는 우선순위가 있는 건데 당장 많은 사람이 괴로움을 당하는 문제도 아닌 종부세 논의가 왜 지금 이뤄지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추겨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큰데, 예를 들어 집값이 또 폭등해도 정책 신뢰성이 떨어져 다시 도입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박효주 주거조세팀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종부세가 무력화된 결과 납부자가 3분의 1로 줄고 과세 대상자가 전 국민의 2%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데도 또다시 종부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거대 양당의 주장은 사실상 부자 감세"라고 반발했다.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우병탁 부지점장은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종부세 합헌 판결 요지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종부세는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부과되는 것으로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 목적이 달성된 것도 아니고, 위헌 판단이 나온 것도 아닌데, 아무런 명분 없이 갑자기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면 시장 전체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전 종부세 도입 취지였던 자산 불평등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도 달성하긴커녕 후퇴했다.

다만 '선진적 보유세제로의 전환'이란 방향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 부담 급증, 이중과세와 인당과세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손질하되 정책 목표를 유지할 대안 마련을 병행하자는 취지다.

우 지점장은 "종부세 폐지를 전제로 재산세로의 일원화를 논의하되, 재산세 누진율을 강화하는 안을 먼저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종부세 폐지의) 대안을 충분히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를 갖춰 나가는 게 맞는 수순"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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