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측 "이첩보류 지시 적법"…박정훈 측 "수사 외압"

양 측 변호인, JTBC 공개토론 나서
①이첩 보류 ②VIP 격노설 ③尹 통화
주요 쟁점마다 입장차

박종민·윤창원 기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과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법률대리인이 방송에 출연해 공개 토론을 벌이며 격돌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국방 장관의 적법한 지휘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단장 측은 "단순한 이첩 보류가 아닌 수사 외압"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3일 JTBC '채상병 사건 공개토론'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관은 군사경찰 직무의 최고 지휘자이자 감독자이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법률상 독립적 수사 권한은 없다. 장관에게 지휘권이 없다면 애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박 전 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이첩 보류는 단순히 시간을 늦추려는 것이 아니라 이첩 대상자를 변경하거나 아예 이첩 형식을 바꾸려고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진희 군사보좌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를 보면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자는 징계로 검토해 주십시오'라고 나온다. 군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외압 중의 하나로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단순히 3~4일 시기를 늦추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된다는 취지다.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건 3통의 전화에 대해 김정민 변호사는 "외국에 나간 국방부 장관에게 별난 사태가 벌어졌느냐, 북의 침공이 있었나"라며 "수많은 전화는 결국 박 대령 (관련 사항) 아니면 일어날 수 없다고 의혹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다. 내용을 밝히시라"고 다그쳤다.

이에 김재훈 변호사는 "대통령실과 장관의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방 장관이 안보 위협, 잼버리 파행 등에 관해 대통령, 국무위원 등과 수시로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단장 측이 이 전 장관의 통신기록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젊은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보다 사건을 정치화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다시 김정민 변호사는 "대통령과 국방 자관이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거짓말을 한 것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응수했다.

양 측은 VIP(대통령) 격노설에 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 전 장관 측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격노를 접한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어 "격노라는 것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대통령이 차분하게 지시를 하면 문제가 안 되고 목소리 크게 하면 범죄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정민 변호사는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라며 "박정훈 대령이 들었다는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한단 말인가'라고 차분한 목소리로라도 그렇게 말씀하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 측 김 변호사는 "확인해줄 수 없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 장관의 의사 소통 내용은 (공개하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날 양 측의 토론은 이번 사안이 불거진 이후 처음 열린 공개 토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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