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불어오는 기준금리 인하 바람…우리는 언제쯤?

ECB, 6일 기준금리 25bp 인하 가능성에 무게…G7 첫 인하
미국, 금리차 커지면 달러화 강세로 수출 약화 우려
연준 선호 지표인 PCE, 4월 둔화…"연내 2차례 인하할 듯"
'천천히 서두른다' 한은 "너무 빨라도 느려도 안 된다"
5월 한국 CPI 2%대 전망…"3분기 물가 안정 진입" 전망도

발언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연합뉴스

유럽이 기준금리 인하에 불을 붙였다. 캐나다와 영국도 이에 동참하며 '각자도생의 시대'가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도 올해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ECB(유럽중앙은행)가 오는 6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50%에서 4.25%로 25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ECB 목표인 2%에 근접하면서다.
 
현실화하면 G7(주요 7개국) 가운데 첫 기준금리 인하다. 나아가 향후 분기마다 25bp씩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 올해 모두 3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캐나다와 영국도 잇달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럽을 포함해 모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주요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의 차이가 벌어지면,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수출 경쟁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상인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달러화의 현격한 고평가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미국 수출 경쟁력 약화에 기인한 실물경기 및 주요기업 실적 펀더멘탈 관련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도 기준금리 인하 논리에 설득력을 보태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4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26%, 근원 PCE는 0.34% 상승한 것으로 집계돼 3월(각각 0.25%와 0.33% 상승)보다 둔화했다. 특히 PCE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인플레이션을 확인할 때 CPI(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당장 연준이 오는 12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다만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도표 공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현재 1차례에서 '2차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상상인증권 김 연구원은 "데이터만으로 6월 12일 또는 7월 31일 FOMC 금리인하는 시기상조일 것이지만, 선제적 정책대응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더할 경우 늦어도 9월 18일 최초 인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도 "현재 고물가와 고금리는 비용 측면에서 미국 경제에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현재 여건은 6월 FOMC에서 점도표를 올해 2차례 정도 인하로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주요국이 '각자도생'식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한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월 마지막 인상 이후 11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은 '천천히 서두른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 박영환 팀장과 성현구 과장은 최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에서 "과거 로마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천천히 서둘러라'를 정책 결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면서 "균형적인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우려가 있는 반면, 너무 늦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시장 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가늠할 2%대의 안정적인 물가가 3분기 이후에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메리츠증권 윤 연구원은 "5월 한국 CPI는 유가와 농산물 가격안정에 힘입어 2.7% 정도까지 낮아질 전망"이라며 "3분기에는 유럽과 유사하게 물가가 안정 범위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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