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청계천 꿈꿨지만" 용두사미된 부산 초량천 복원 사업

부산 동구청, 초량천 2단계 구간에 "생태하천 대신 도로 정비"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결국 1단계 구간만 완료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진행된 부산 동구 초량천. 송호재 기자

부산 초량천 생태하천 2단계 복원 사업이 공사 기간과 민원 등을 이유로 결국 무산됐다. 지자체는 하천 연장 대신 도로 정비로 초량천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구간만 복원되면서 수백억을 투입한 사업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부산 동구는 초량천 복원 사업과 관련해 2단계 구간 연장 계획을 취소하고 1단계 구간 환경 개선과 인근 도로를 정비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한다고 3일 밝혔다.

'부산의 청계천'을 만들겠다며 2010년 시작한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부산고등학교 앞에서 중앙대로까지 425m 구간 도로 밑 복개 하천을 복원해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덩달아 사업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결국 부산시는 1·2단계로 구간을 나눴다. 현재 1단계 구간인 316m에 대해서만 하천 복원이 된 상태다.
 
동구는 나머지 2단계 구간인 초량육거리에서 부산고등학교까지 초량천 109m 구간에 대한 복원 등 사업 방향을 정하기 위해 2022년 12월 1억 7900만 원을 들여 '생태하천 복원사업(초량천) 기본 및 실시설계'를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 결과는 올해 하반기 나올 예정이었다.
 
구는 사업 검토 과정에서 복원 공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인근 차량 정체가 생길 것으로 보고 결국 하천을 복원하지 않고 도로를 유지한 채 인근 도로와 환경을 정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구는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불백거리' 앞 노상주차장을 없애고 차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1단계 구간 초량천의 수질 개선을 위한 용수를 확보하고 보행로에 식물을 심을 예정이다. 이밖에 보행데크 하단 지지대 미관을 개선하는 등 정비를 통해 초량천을 활성화한다는 게 구청 설명이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는 "용역 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사업 방향을 잡기 위해 오래 논의한 결과 복원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근 교통 불편 민원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복원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지난 2월 주민설명회를 통해 협의도 거쳤다. 사업비는 시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대략 50억 정도 시비를 지원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진행된 부산 동구 초량천. 송호재 기자

결국 '제2의 청계천'을 꿈꿨던 초량천 복원사업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1단계 구간 공사에도 무려 4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지만, 기대와 달리 방문객 유발 효과는 적었다. 오히려 도로 한가운데 하천을 조성해 교통 불편만 초래한다는 불만이 나오는가 하면,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려 곳곳에 이끼가 끼고 악취를 풍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부산시는 추후 2단계 구간 복원 사업 시 중장기적인 관리 대책을 비롯해 초량천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희자 동구의회 의원은 "그동안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원 차단 등을 해결하려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해결이 안 됐다. 설계 자체가 잘못되는 등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 것"이라면서 "잘못된 설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주민들이 보고 있다. '제2의 청계천'을 기대한 주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 정비 등은 생태하천 복원으로 파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논의된 사안인데 지금의 2단계 구간 사업 방향 역시 본질에 어긋난다"며 "특히 기사 식당으로 명성을 쌓은 불백거리 앞 노상 주차장을 없애면 불백거리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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