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1.4조 부담에 지배구조 영향…'정경유착' 타격 3연타

경영권 보호 차원, SK(주) 지분은 '최후 보루'
비상장 SK실트론 지분 매각·주식담보 대출할 듯
ESG 경영 강조한 SK 이미지 훼손 불가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 결과를 받아든 SK 측은 비상이 걸렸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았지만 2심 판결대로 재산을 분할하게 될 경우 재계 2위인 SK그룹의 지배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1심보다 훌쩍 커진 재산 분할 액수 산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노태우 방패막이' 역할론은 SK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문학적 액수 1.4조 마련 시나리오는

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았지만 만약 대법원에서도 2심 판결이 그대로 인용되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현금 1조 3808억원을 재산 분할 명목으로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도 노 관장에게 줘야 한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액과 위자료를 모두 낼 때까지 하루 1억 9000만원 규모의 지연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재판부는 혼인 기간, 재산 생성 시점과 형성 과정 등에 비춰 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 부부공동 재산을 약 4조 115억원으로 봤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의 보유 자산 대부분은 주식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주) 지분이다. 최 회장은 SK(주)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SK(주)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SK(주)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2천억~3천억 수준으로 적기 때문에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현재 그룹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SK(주) 지분 매각을 많이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는 "최 회장이 갖고 있는 SK(주) 지분이 17.7%인데 경영권 보호 때문에 15% 이하로는 절대 팔 수 없을 것"이라면서 "소버린 사태 때 지분이 15% 이하라서 혼이 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일단 보유한 현금과 부동산, 미술품 처분 등으로 자금 일부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매각, 주식담보 대출 등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최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쥐고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주식담보 대출도 거론되는 방법 중 하나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12일 기준으로 SK(주) 주식을 담보로 총 489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따라서 주식담보 대출로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최근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주도로 진행 중인 그룹 사업 재편과 맞물려 지분 정리 등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 대출 등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최 의장 주도의 사업 재편과 연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 회장의 지분 정리가 그룹 재편과 맞물려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달 25일 전후로 열릴 예정인 확대경영회의에서 그룹 '리밸런싱' 사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종민 기자

이혼 소송에서 드러난 뜻밖에 '정경유착'…그룹 이미지 타격

이번 판결에서 눈길을 끈 건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액수 뿐이 아니다. SK그룹 성장 배경으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역할을 명시했다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보고 액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흘러들어갔고, 그룹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고 공식화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의 가치 증가 관련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다"면서 "그 부분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개인자금과 혼연화돼 유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최종현 전 회장이 태평양 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텔레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모험적으로 위험한 경영을 감행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봤다.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 측의 경영 활동에 유형적·무형적 기여를 했고,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을 모두 분할 재산 대상으로 판단했다는 취지다.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 온 SK그룹 입장에서는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의 이혼 소송에서 튀어나온 정경유착으로 SK라는 기업의 대내외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졌다"면서 "다만 SK그룹의 경영 활동이 정경유착의 산물로만 비춰지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 측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며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 관장은 재산 분할 재원 마련 탓에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SK 우호 지분으로 남겠다' 등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 관장 측 변호인단은 "노 관장이 아직 그런 입장까지 정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노 관장 측은 "정리되면 얘기하겠다"면서 "항소심 판결만이 선고돼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현재로써는 향후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